직장생활을 한 지 5년 차인 김석진(32)씨의 취미는 해외여행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등 총 7개국을 방문했다. 오는 25일부터 2박 3일간은 가까운 일본에 다녀올 예정이다. 일본 방문은 올해만 두 번째다. 김 씨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하면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다”며 “내년에 결혼할 예정인데, 결혼 전 최대한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휴를 활용한 해외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LCC는 2006년 제주항공을 시장으로 항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가 양강체제를 구축하던 시절이었다.
LCC의 특징은 과감하게 군더더기를 제거했다는 점이다. 기내식과 담요, 영화 VOD, 비교적 넓은 좌석 등을 제공하는 FSC와 달리 LCC는 좌석 간격을 줄이고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해 객단가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LCC가 파는 항공권 가격은 같은 노선을 운영하는 FSC 항공권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각종 할인 행사까지 더해지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다.
현재 국내 LCC는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항공, 에어서울 등 총 6개사다. 에어부산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만든 두 번째 LCC인 에어서울은 지난 7월 김포-제주 노선을 취항하며 무한경쟁 시장에 뛰어들었다.
진에어LCC
LCC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항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국제·국내 여객은 1년 전보다 17.3% 증가한 862명으로 나타났다. 휴가철 최대 성수기인 지난 8월 항공여행객은 986만명으로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9월 국제선 여객 운송량은 FSC의 경우 1년 전보다 8.1%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LCC는 70.8%나 급증했다. 특히 국적항공사의 국제여객 분담률은 64.7%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FSC가 44.3%, LCC가 20.4%를 차지했다. 해외여행에 나섰던 여행객 3명 중 1명이 LCC를 이용했던 셈이다. 지난 2012년 9월 LCC의 국제여객 분담률은 7.6%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전벽해에 가깝다. 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LCC 승객수는 1억1,479만 명에 달한다.
LCC가 고도비행을 거듭하는 동안 FSC는 계속해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항공의 연평균 국제선 이용객 증가율은 2.7%, 아시아나항공은 5.2%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LCC는 △에어부산 41.3% △이스타항공 64.2% △제주항공 39.4% △진에어 45.5% △티웨이항공 174.7% 등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LCC는 장거리 취항 확대에다 특화 서비스 개발까지 나서며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진에어가 비행시간이 9시간 30분에 달하는 인천~호눌룰‘루(하와이) 노선을 취항해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기내 식음료, 수하물 우선 처리 등 유료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부가매출 비중을 7%까지 늘리는 등 부가매출 특수까지 누리고 있다. 저렴한 항공권이라는 특징에다 서비스 선택권까지 늘려 소비자의 선호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연합뉴스
LCC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오는 2020년까지 현재 25대인 여객기를 4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른 LCC도 매년 2~6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LCC 6개사의 여객기는 99대로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83대를 넘어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FSC와 LCC는 서비스에 따라 여행객이 선택하는 기호도의 차이”라며 “LCC가 점차 여객편을 늘리고 있는데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LCC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