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최순실교과서’란 구도가 짜이면서 반대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안에 국정교과서이든 검정교과서이든 가닥을 잡지 못하면 내년 초에 ‘교과서대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의 개인사적 배경에 더해 최순실 일가의 내력 등이 우리 역사를 규정하려는 중요 기준이 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에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고, 일부 역사 관련 학회와 시민단체들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최순실 교과서’로 규정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급속히 높이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 본을 공개한 후 의견수렴과 심의·보완을 거쳐 내년 1월 말 최종본을 완성하고 2월에 전국 중·고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2015교육과정’에 따른 것으로 내년에 중·고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로 배우고, 2·3학년은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로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동력이 사실상 붕괴한 상태에서 국무총리 후보자와 교육감 등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국정 역사교과서가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교과서를 검정 시스템으로 되돌린다더라도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작업을 중단하고 검정으로 회귀한다면 최소 3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관련 고시는 장관 결제로 ‘수정→행정예고(최소 20일)→최종 확정 후 관보게재’ 절차를 거쳐야만 효력을 가진다. 상위개념인 교육과정을 먼저 개정한 이후에 교과서 고시를 수정해야 하므로 행정절차를 마치는 데만 최소 한 달 반 넘게 걸린다.
또 학교별로 교과서 선정 및 주문과정을 밟아야 하고, 출판사 수정·보완 및 인쇄작업도 해야 한다. 만약 이달 이후에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을 중단하고 검정 교과서로 전환하기로 하면 최악에는 내년 중·고교 신입생들이 역사교과서 없이 새학기를 맞을 수도 있다. 실제 다른 과목의 검정교과서들 경우 현재 대부분 출판사가 수정·보완하는 단계이고, 일부 과목은 벌써 인쇄를 시작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검정으로 변경한다면 행정적 절차와 학교 현장의 대응 등을 고려할 때 이달 내에는 결정해야 교과서 공급에 차질이 없다”며 “만약 다음 달 이후에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꾼다면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