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도 '최순실 게이트'에 긴장...창조경제 지원 안갯속

국책銀, 창조경제혁신센터 7곳에 수천억 지원 무산될 판
하나·국민·우리銀 등 崔씨 일가 대출 의혹 등에 좌불안석

0815A10 최순실은행거래내용
‘최순실 게이트’가 일파만파 확대되는 가운데 비선 실세 중 한 명인 차은택씨가 관여한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이 일부 좌초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관련 금융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국책은행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또한 최순실 일가와 직접적인 거래로 연결된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도 각종 의혹과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며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은행이 최근 최순실 파문으로 인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 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국책 은행으로서 스타트업 육성 등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에 가장 두드러지게 참여해 왔다.

하지만 최씨와 차씨가 창조경제 사업에도 전방위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관련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특히 민관 합동으로 세워진 전국 주요 도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수천억원 규모 금융지원 사업 협약까지 맺어 놓았는데, 갑작스런 외풍이 일자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정유라씨에게 외화지급보증서(스탠바이 신용장)을 발급해 독일에서 약 3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KEB하나은행의 외화 대출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KEB하나은행 측은 이 건과 관련해 이미 충분히 해명을 내놓은 상태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에서 지금까지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 받은 고객은 총 6,975명이고 이 중 개인 고객도 약 11.5%인 802명에 달한다. 일각의 의혹 제기처럼 수출입기업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얘기다. KEB하나은행은 또한 외화지급보증서는 정씨의 부동산 담보를 취득 후 발행한 건이며 금리 수준에도 특혜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이 같은 형태의 개인 외화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데다 대출자가 10대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A은행 관계자는 “개인한테도 외화지급보증서를 통한 대출이 나갈 수야 있지만 소득 증빙이 안 되는 19세의 여자에게 이런 대출을 해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며 “보증료 등에서 과도한 할인은 없었는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 일가의 주거래 은행이라고 볼 수 있는 KB국민은행 또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씨는 미승빌딩과 강원도 평창 땅 등을 담보로 KB국민은행으로부터 5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간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씨는 지난달 30일 귀국 후 검찰 출석 전에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했는데 이때 이용한 은행 역시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가 소유한 승유빌딩에 입점함 KB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이다.

삼성 자금의 정씨 지원에서 송금 업무를 담당한 것은 우리은행 삼성센터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지난해 최씨와 딸 정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 스포츠’에 280만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35억원)의 돈을 송금했고 이 돈은 다시 독일의 여러 은행에 보내져 정 씨 지원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은행권의 고위관계자는 “모든 금융거래에 은행이 끼다 보니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은행이 최씨 일가 지원의 주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은 아직까지 없다”며 “과도한 루머가 은행권 전체를 경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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