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영화 ‘자백’
‘최순실 국정농단’이 극장가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 비판적 정치영화 ‘자백’과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등이 이례적인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12월 개봉예정인 ‘판도라’와 ‘마스터’ 등도 주목받고 있는 것. 내년 개봉 목표인 ‘택시운전사’와 ‘재심’, ‘특별시민’ 등도 제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7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를 제외하고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무현, 두 도시 이야기’도 악조건 속해 지난달 26일 개봉한 이래 5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인환 감독은 “현 정권에서는 민감한 대상인 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에 대한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압박은 바로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로부터 상영관 배정 불가 이유를 명확하게 듣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관객들의 호평 속에 상영을 늘려달라는 관객들의 요청도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자백’은 11만8,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시사 다큐멘터리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MBC ‘피디수첩’ 출신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가 40개월 간 4개국을 넘나들며 화교 출신으로 2012년 탈북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가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몰린 영화의 내용이 새롭게 주목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영화 ‘마스터’
영화 ‘판도라’
12월에는 ‘판도라’와 ‘마스터’ 등 권력형 비리, 정경 유착 등 사회 풍자 및 비판 작품들이 잇달아 관객들과 만난다. ‘판도라’의 경우 개봉을 내년 초로 미루는 방안까지 생각했지만 최근 급변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12월로 개봉을 확정했다.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인 ‘판도라’는 강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자 이를 막기 위해 원전 지원과 주민 등이 목숨을 바쳐 재난을 막는다는 내용으로, 재난 앞에 무능한 대통령과 국민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스터‘는 겉포장은 범죄 액션 영화지만 권력형 비리와 정경유착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담았다. 조 단위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정치·언론·재벌 권력의 부당한 유착관계를 조명하며 인기를 끌었던 ‘내부자들’의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다.내년 개봉이 목표인 ‘택시운전사’, ‘재심’, ‘V.I,P’, ‘특별시민’, ‘제5열’ 등도 촬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다.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은 광주민주화운동 취재에 나선 독일기자를 우연히 태워 광주로 가게 되면서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권력자들의 비양심적 욕망을 관조한다. 또 ‘일급기밀’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재심’은 2000년 전북 익산의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하게 된 소년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한 한 변호사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특별시민’은 대한민국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를 통해 치열한 선거의 치열함과 비열함 등 정치의 양면성을 다룬다. ‘V.I.P.’는 북한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받고, 그를 쫓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극 중 국가정보원이 선거에서 댓글 아르바이트를 동원하는 등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아낸다.
극장가의 정치영화 강세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말기마다 ‘화려한 휴가’(2007년), ‘범죄와의 전쟁’(2012), ‘부러진 화살’(2012) 등 사회 비판 영화들이 관객몰이에 성공하곤 했지만, 이번엔 그 속도와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면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 시위가 연일 벌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게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