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오구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 노량진 가보면 알죠”

1인 뉴스 크리에이터 ‘짱피디’ 장주영씨를 만나다

‘짱피디’ 장주영씨는 기획·제작·편집까지 도맡아 하는 1인 뉴스 크리에이터다. 과한 몸동작과 빠른 속도의 리포팅으로 파격에 가까운 그의 뉴스는 화제가 됐다. 장씨가 스튜디오에서 ‘28청춘 날씨뉴스’에 삽입될 목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사진제공=장주영씨
장주영씨는 지난 4일 <25년간 일한 부장을 단칼에 자른 현대자동차!>라는 내용의 뉴스를 ‘짱피디의 의견표명’코너를 통해 전했다.
장주영씨는 “지금은 혼자 모든 걸 다 하고 있지만 마음과 뜻이 맞는 파트너를 찾는다면 함께 할 의향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장주영씨



“교재 때문에 갔는데 교재가 없었어요”. 장씨는 그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장씨는 “나에게 어떤 분야가 맞을지를 탐구하는 중간 교육기관 같은 곳인데 미디어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교재가 왜 필요하느냐고 물었다”며 오히려 “뉴스는 ‘New(새로운 소식)’ 인데 어떻게 교재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이스콜레의 미디어 교육은 전날 또는 당일에 나온 뉴스를 가지고 진행됐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는 그는 “교재 제작보다 해당 강의를 진행하게 될 선생님의 역량을 키우는 시스템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돈 버는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강의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사기 치는 거나 다름없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강사의 질이 보장되는 플랫폼, 믿고 미디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장씨의 ‘더 스쿨 오브 뉴스’ 프로젝트는 숙성 중이다.

나이는 계속 먹고 감성은 올드(old)해지기 마련이고,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당연지사. 그래서 장주영씨의 뉴스를 보면서 그의 나이가 궁금했다. 1984년생, 만으로 서른 둘.

‘적지 않은 나이인데 영(young)한 감각을 가지려고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장씨는 “이래 봬도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이었는데 젊은 층의 언어를 익히려고 가요를 챙겨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거리’ 홍대도 자주 찾는다. 뭘 즐겨 먹는지·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지·관심사가 무엇인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생면부지의 10대 수백 명에게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보내고 어떤 댓글을 남기는지 공유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타임라인에 뜨는 내용을 늘 살펴본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흐릿하게 보이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장씨의 원대한 꿈이 두 시간쯤 지나자 점점 선명해지는 듯했다. 청년층에 대한 장씨의 애정도 느껴졌다.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짱피디’의 모든 댓글에는 일일이 답글이 달려있다. 더 놀라운 건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아니라 직접 소통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이름을 꼭 불러주고 그 사람의 특징을 포함해 글을 남긴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하기 힘든 일일 테지만 장씨의 댓글에서는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김춘수의 꽃이 생각나는 대목”이라며 “이름을 불러준다는 데서 큰 의미를 느끼는 건 그만큼 청년들이 외롭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준다. 댓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들의 외로움을 해소해주고 싶다”며 “힘들 때는 ‘짱피디’ 한테 말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독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성 언론의 역할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1020과 뉴스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장주영씨의 목표가 인터뷰 말미가 되자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이 실현되고 있다는 걸 가늠하는 지표가 어떤 게 있겠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5년 후에도 페이스북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죠. 그런데 지금은 온통 노는 것뿐인 10대들의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비판을 쏟아낼 수 있다면. 사회도 이미 변화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장씨의 꿈이 이뤄지기 시작한 세상은 ‘헬조선’의 오명을 벗지 않았을까. 그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



장주영씨는 MBC 대구의 영상취재팀 기자 출신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쉽고 재밌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013년 3월 입사해 2015년 1월 퇴사했다. 기획·제작·편집까지 도맡아 하는 1인 뉴스 크리에이터다. ‘짱피디’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는 이동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며 뉴스를 만든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