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온 미국 대선 레이스가 7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마지막 유세전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유권자의 선택만 남겨두게 됐다. 미 대선 사상 최초의 주요 정당 남녀 후보 간 세기의 대결은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이어갔다. 결국 조기투표와 부동층 표심, 인종별 투표율에 막판 터져 나온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e메일 재수사와 조기 종결이 ‘최초의 여성대통령(클린턴)’이냐 ‘아웃사이더 대통령(트럼프)’이냐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낙승→초접전, 뚜껑 열어봐야=9~10월 세 번의 TV토론 이후 낙승이 예상됐던 클린턴은 대선 11일을 앞두고 터진 FBI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 이후 오차범위에서 박빙의 우위를 보일 뿐이다. 클린턴은 6일 발표된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여론조사에서 44%의 지지율로 트럼프(40%)를 4%포인트 앞섰지만 전문조사기관인 TIPP의 6일 기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4%로 클린턴(43%)을 따돌렸다.

미 대선이 주별로 승리 후보를 가린 뒤 주별 선거인단 확보로 최종 결과를 판가름하는 간선제여서 경합주의 승패가 중요한 가운데 CNN방송의 주별 판세에서 클린턴은 총선거인단(538명)의 과반에 살짝 못 미치는 268명을 확보한 것으로 예측됐고 트럼프는 204명으로 집계돼 뒤집힐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선거판을 뒤흔든 FBI의 e메일 재수사는 6일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끝까지 클린턴에게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FBI의 재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된 것은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홀가분한 취임 준비를 돕겠지만 표심에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클린턴 측은 어렵사리 e메일 스캔들 재수사의 후폭풍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FBI가 아픈 곳을 또 건드렸다는 반응이 많고 트럼프는 선거 직전까지 클린턴의 ‘범죄인’ 이미지를 선거전에 활용하게 됐다.

◇클린턴, 높은 조기투표율, 젊은 부동층에 기대=대세론은 무너졌지만 선거전이 팽팽해지면서 조기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일단 클린턴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 50개 주 가운데 43개 주에서 유권자 4,119만여명이 지난 5일까지 조기투표를 마친 것으로 집계돼 7일까지의 조기투표율은 역대 대선 사상 최고인 35%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조기투표에는 민주당 지지 유권자가 더 많이 참여했고 클린턴 지지성향이 강한 히스패닉계도 일찌감치 투표장을 대거 찾은 것으로 조사돼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에서 힐러리가 기선을 잡은 셈이다.

폭스뉴스는 연령대별 부동층 규모가 △35세 미만 25% △35~54세 12% △55세 이상 9%로 젊은 층에 부동표가 많아 이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면 클린턴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한편에서 부동표는 공화당원의 비중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내놓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라=부동층 표심과 함께 투표율도 승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특히 인종별 지지 성향이 확연히 갈려 투표 당일 백인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으면 트럼프가,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 투표율이 상승하면 클린턴이 백악관 주인에 다가갈 수 있다. 클린턴이 막판 유세장에 흑인 스포츠스타나 가수 등을 대거 동원한 것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출마했던 이전과 달리 흑인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미 대선 투표는 8일 O시(미 동부시간 기준) 뉴햄프셔주의 딕스빌노치를 시작으로 25시간에 걸쳐 중서부와 알래스카·하와이까지 이어지며 출구조사는 지역마다 투표 마감 후 바로 발표돼 당선인의 윤곽은 8일 저녁11시(한국시각 9일 오후1시)를 전후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