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대표적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목된 후판(선박 건조에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 철판) 설비를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고 프리미엄화를 통한 ‘자연 감산(減産)’을 추진하기로 했다.
설비 자체를 없애면 향후 조선업황이 되살아났을 때 후판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생산설비는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대신 고수익제품 생산에 집중해 절대적인 후판 생산량은 줄이기로 했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재 포항(후판1·2·3공장)과 광양(1공장)에서 가동하는 후판 생산설비를 인위적으로 폐쇄하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는 총 4개 후판 공장에서 연 700만톤 규모의 캐파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지난해 총 580만톤의 후판을 생산했다.
포스코는 후판 생산량 감소가 최대 수요처인 조선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둔화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프리미엄 비중을 늘리면서 생산량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고수익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생산량도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조선용 후판 수주량 급감으로 시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 기존 생산능력보다 적게 생산하고 수익성은 높아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생산량 자체가 줄기 때문에 공급과잉 해소라는 구조조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26일 3·4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도 “후판 설비 감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포스코의 전체 철강제품 판매에서 WP 제품 판매 비중은 3·4분기 48.1%까지 늘었다. 지난해 38% 수준이었던 WP 비중이 1년도 채 안 돼 10%포인트가량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WP 제품은 평균 수익률이 15~2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당장 후판 설비를 폐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선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등 후판 수요 감소가 지금보다 더 줄어드는 최악의 경우에는 후판 설비 자체를 폐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국제강은 이미 연산 190만톤 규모의 포항 후판2공장을 지난해 가동 중단한 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12년에는 연산 100만톤 규모의 1공장을 해외에 매각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눈앞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설비를 폐쇄하는 식의 작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중국 등 경쟁 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적인 대응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