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가 ‘재창당 준비위원회’ 발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비박계는 “친박이 주도하는 쇄신 작업에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어 당내 분열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비박계 중진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당설과 관련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밝혀 당분간 피 튀기는 계파 내전으로 인한 자중지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거국내각 구성이 가장 시급하고 그게 완료되면 현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며 “현 지도부가 재창당 준비위니 뭐니 추진하는 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의 측근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원유철 전 원내대표로부터 ‘재창당 준비위에 함께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주도하는 쇄신 방안에는 동의할 수 없어 정 의원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황영철 의원 역시 “이정현 대표가 추진하는 게 과연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겠느냐”라며 “정말 이 나라를 걱정하는 건강한 보수를 위험에 빠트릴 시도”라고 폄하했다.

한편 비박계 중진 의원과 비주류 소장파가 주축이 된 ‘진정모(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는 이날 오전에도 회동을 갖고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황영철 의원은 “새누리당이 책임 있게 반성하려면 결국 해체를 포함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의원들이 의견이 상당히 있었다. 많은 의원이 공감을 이뤘다”면서 “새누리당이 해체 수순을 밟고 새로운 정당의 모습으로 가려면 결국 현 지도부 사퇴를 통해 새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의원은 “새누리당 역할이 모두 소멸했다고 보기 때문에 당 해체가 필요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 사퇴가 목적이 아니라 당 해체 후 건강한 보수로서 재창당의 모습에 이르기 위해 (사퇴가) 필요하다. 분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들 비박계 의원들은 오는 13일 국회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등 광역단체장과 원외 당협위원장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