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유세장에서 연설하던 도중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클린턴은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8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자리를 예약한 듯 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지난 2008년 민주당 경선 패배에 이어 대선에서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선거전 초반까지도 절대적 우위가 예상됐던 클린턴은 이후 트럼프의 추격 위기에도 대선 레이스에서 시종 트럼프에 앞섰지만 ‘e메일 스캔들’을 비롯한 온갖 악재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
그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사설 e메일 서버로 기밀이 포함된 공무를 처리한 e메일 스캔들은 초반부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놓는 동시에 그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대선을 11일 앞둔 지난달 28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 선언은 결정타였다. FBI는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지만 재수사 발표 이후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은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는 마지막 유세에서까지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집중 포화를 퍼부으며 막판 역전의 발판을 다진 것으로 분석된다.
건강 문제도 악재로 작용했다. 올 9·11 추모행사에서 폐렴과 탈수로 휘청이며 차량에 실려나간 그의 모습은 2012년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한 달여간 업무를 중단했던 사실과 맞물려 ‘건강이상설’을 증폭시켰다.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절반가량은 클린턴이 제공한 건강정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 돈과 연루된 부패설도 클린턴의 패배 요인이 됐다. 국무장관 퇴임 후 고액 강연료와 월가와의 커넥션 의혹을 트럼프 진영이 물고 늘어지면서 가뜩이나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에 휩싸인 유권자들은 결국 클린턴에게 등을 돌렸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