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무려 4달 전에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했던 글이 온라인 상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SBS CNBC 방송분 캡쳐
미 주요 언론들의 예측을 뒤집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무려 4달 전에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한 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를 풍자한 다큐멘터리 ‘트럼프랜드’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은 지난 7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5가지 이유를 들며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무어 감독이 언급한 트럼프 승리의 다섯 가지 이유는 △미 오대호 지역의 러스트 벨트(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한 중심지였으나 불황을 맞은 곳) 유권자들의 분노 △여성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 백인 남성 △구식 정치 체계의 표상인 클린턴의 낮은 인기 △주변에 투표 독려를 하지 않는 우울한 샌더스 지지자 △제시 벤추라 효과(1990년대 미네소타 지역 주민들이 프로레슬러 제시 벤추라를 주지사로 당선시킨 사례, 기존 정치에는 기대할 게 없음을 나타내는 현상)다.
무어 감독은 이 글에서 ‘유권자 중 77%는 여성, 유색인종, 35세 이하 미국 시민이기 때문에 힐러리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자세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개최된 56번의 예비선거와 당원대회에서 번번이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무어 감독은 “집에서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면서 쉽게 투표할 수 있다면 클린턴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지지층인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경제적 기반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표를 위해 시간을 투입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무어 감독은 당초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힐러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서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걸 막아야 한다’며 클린턴 지지자를 자처했다.
한편 그는 지난달 18일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벌어질 가상의 일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트럼프랜드’를 뉴욕 IFC 센터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16년 11월 4일(현지시간) 인터뷰 내용>
저는 지난 여름부터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분명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믿지 않았죠. 그들은 게임이 끝나기 한참 전인 여름에 이미 이겨놓은 당상이라는 듯이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시간주에 주민으로서 대선 분위기를 잘 압니다. 사람들은 현 시스템에 크게 분노하고 있고, 비록 트럼프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그를 마치 화염병과 같은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화염병처럼 시스템을 향해 던져버려 브렉시트와 같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보자는 심리가 있는 겁니다.
현 시점에서는 제가 지난 몇 달간 주장해온 것에 반박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도 분명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틀렸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