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현실을 가상으로 데이터화하는 6대 디지털화 기술에 이어 가상의 데이터를 현실화하는 6대 아날로그화 기술로 순환된다. 이제 가상 세계를 현실화하는 아날로그화 기술들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가상 세계는 데이터 세계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데이터를 먹고살지는 않는다.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로 시간을 예측하고 공간을 맞춤한 결과를 서비스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즉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사업의 시작이 된다. 기존의 서비스 디자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O2O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이유다. 현실과 대응하는 데이터로 이뤄진 가상 세계를 설계하는 1단계, 고객과의 접점을 가상과 현실에서 최적화하는 O2O 청사진의 2단계에 이어 필요한 기술들과 클라우드, AI를 선택하는 3단계가 이어진다. 이제 많은 기술은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개방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경험가치를 극대화하는 경험경제로 가고 있다. 인간의 미충족 욕구를 제공하는 O2O 서비스 디자인이 첫 번째로 꼽힌 이유다.
이제 서비스가 디자인됐다. 다음은 가상의 데이터로부터 물질과 경험을 현실화해야 한다. 물질로 이뤄진 형상은 3차원(3D) 프린터의 몫이고 시간으로 이뤄진 경험은 증강·가상 현실의 몫이다.
우선 3D 프린터는 가상의 데이터로부터 임의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절삭가공과 달리 첨가가공인 3D 프린터는 인간의 장기 같은 복잡한 3차원 형상까지 완전히 재현할 수 있다.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수술의 획기적 진전은 실제 수술 전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로부터 3D 프린터로 쌍둥이를 재현해 모의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결과다. 이미 치과 보철물은 3D 프린터로 대체되고 있다. 3D 프린터와 더불어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형상에 지능을 내재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의 디자인이 공유되면서 인간의 지능은 집단지능으로 한 단계 진화한다. 인터넷상의 수많은 사람의 집단지능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소위 디지털 DIY다.
가상 세계의 데이터는 오감이 융합하는 가상·증강 현실 기술로 개인의 경험화되고 있다. 그리스 여행을 가상현실(VR)에서 나만의 맞춤여행으로 만들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공유한 여행 경험을 나에게 맞춤 편집해 오감이 느끼는 여행을 가상으로 하는 것이다. 증강현실(AR) 기술은 복잡한 해부학 강의를 너무도 쉽게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복잡한 기계의 분해 조립은 별도의 교육 없이도 AR 기기로 가능해진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집단의 지능과 경험이 융합하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기술은 동기부여를 위한 게임화(gamification) 기술이다. 수많은 4차 산업혁명의 사례 분석을 통해 공통적 요소로 게임화를 도출했다. 게임화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의 개념과 기법을 활용해 인간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하는 기술이다. 가상과 현실이 융합하는 세상에서 기존의 동기부여는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교포인 제임스 박이 설립한 핏빗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피트니스 앱에 게임 같은 경쟁과 보상의 원리를 적용해 재미있게 만든 것이 대성공 요인이었다.
다섯 번째인 블록체인·핀테크는 비트코인과 같이 현실과 가상이 결합하는, 신뢰와 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중간 단계 없이 전 세계 인구가 직접 거래하는 미래 사회에 절대적인 기술이다. 암호화폐는 이제 주요 국가에서 인정받고 국제 금융 결제 시스템을 대체해가는 중이다.
끝으로 플랫폼은 모든 반복되는 요소를 공유해 시스템의 효율을 증가시키고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기반기술인 것이다.
서비스 디자인, 3D 프린터, 증강·가상 현실, 핀테크·블록체인, 게임화, 플랫폼이라는 6대 아날로그화 기술의 이해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이다.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