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의 유권자 투표 결과 분석은 뚜렷하게 갈리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의 면면을 드러낸다. 이날 CNN방송 출구조사에서 가장 명백하게 갈린 것은 인종에 따른 표심이다. 백인의 58%가 트럼프를 지지한 반면 유색인종의 74%는 클린턴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사회의 대표적 소수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흑인 여성은 94%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이와 달리 백인 남성들의 63%는 트럼프에게로 몰려갔다. 이 밖에 학력과 연령대 등에 따라서도 분열 양상이 드러났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와 44세 미만 젊은 층이 클린턴 지지로 쏠린 반면 저학력자와 고령층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우위를 나타냈다.
기존 엘리트 정치에 대한 독설과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 미국 제일주의를 ‘날것’ 그대로 드러낸 트럼프의 승리는 지금까지 투표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미국 백인 남성, 특히 저소득·저학력층 백인들의 표심이 결집되면서 유색인종과 여성·고학력층으로 구성된 민주당 지지층을 압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들은 과거에도 미국은 보수적인 공화당과 진보 성향의 민주당 지지층 간에 뚜렷한 정치적 분열이 존재해왔지만 이번 선거만큼 미국의 분열이 심각하게 부각된 적은 없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기존 엘리트 정치인을 대표하는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를 ‘사기꾼’ ‘범죄자’로 규정하며 신랄하게 비난하는 한편 이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배척을 조장해온 트럼프의 선거전략이 미국 사회에 내재된 분열과 불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미국 사회를 두 동강 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표면화한 저소득·저학력 백인들의 반이민정서가 초래한 사회 갈등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사회에서는 대선 이후 미국 사회의 통합이 요원해지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중시돼온 ‘다양성’의 가치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 선거에 앞서 실시된 뉴욕타임스(NYT)와 CBS방송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사회통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불과 34%에 그쳤다.
미 언론들은 지난해 1월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지지율 1%에 불과했던 트럼프가 기성 정치에서는 볼 수 없던 배척주의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선거 전략으로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쥠에 따라 앞으로 미국 주류 정치권의 선거전략 역시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띨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