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확률 9%·출구조사 초박빙이었지만..."트럼프, 모든 예상 뒤집어"

반전의 반전 개표 드라마
오하이오·플로리다 등 경합주 초반엔 엎치락뒤치락
미시간·위스콘신 등 거머쥐며 판세 트럼프로 기울어
힐러리 지지자들은 패색 짙어지자 속속 현장 떠나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8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캘리포니아 템플시티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표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위 사진부터). 각 주에서 투표가 마무리된 후 개표 작업이 시작됐다. 개표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템플시티·솔트레이크시티·워싱턴DC·뉴욕=AFP·AP연합뉴스
9%. 미국 CNN방송이 마지막으로 예측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률이다.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뒤집어졌다. 8일 밤(현지시간) 판세를 가를 핵심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인 오하이오·플로리다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길 것으로 보였던 선거구에서 트럼프가 선전하자 대선정국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8일 오후7시30분(한국시각 9일 오전9시 30분) 미국 주요 3개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오하이오의 투표가 끝나고 출구조사가 발표됐지만 양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고작 3%포인트 차의 초박빙이었다. 오후8시부터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해 11개 경합주의 출구조사가 차례차례 나왔지만 5~7%포인트 차로 클린턴이 크게 앞선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하고 모든 곳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초경합 판세라는 보도만 반복됐다. 클린턴 캠프가 자체적으로 승리를 예상했던 미시간·위스콘신까지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때부터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백악관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개표가 진행된 주에서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됐다. 오하이오에서는 개표 결과가 추가될 때마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역전을 반복했으며 플로리다의 경우 87% 개표 상황까지 양 후보가 똑같이 48.5%를 득표했다.


오후10시를 넘어가며 판세가 트럼프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오하이오에서 10%포인트 이상 클린턴을 앞서나간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도 1~2%포인트의 미세한 리드를 지켰다. 클린턴의 우세가 예상됐던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도 트럼프가 치고 나갔다. 개표 방송을 진행하던 스콜 펠리 CBS 기자는 “CBS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한 번도 클린턴을 이긴 적이 없었다”며 “매우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오후10시25분 마침내 ‘미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오하이오에서 트럼프가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오후11시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했으며 박빙이었던 플로리다도 가져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가 예상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수직 상승해 95%까지 치고 올라가자 트럼프 캠프 행사장인 뉴욕주 힐튼호텔에 모여 있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환성을 지르며 “트럼프”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힐튼호텔에서 불과 3㎞ 떨어진 제이컵재비츠 컨벤션센터에 있던 클린턴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개표 현황을 바라봤다. 몇몇은 눈물을 훔치며 부둥켜안기도 했다.

날짜를 넘긴 9일 1시30분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를 가져가며 승리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이로써 트럼프는 동부 주요 경합주인 오하이오·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에서 모두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패색이 짙어지자 속속 행사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존 포데스타 클린턴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급히 제이컵재비츠 컨벤션센터를 찾아 “아직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며 “오늘 밤 클린턴이 패배 연설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탈하는 지지자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