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뉴욕 힐튼호텔 연단에 올라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WP 영상 캡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기존 언론들의 예측을 뒤집고 트럼프가 당선됐다. 새로운 대통령 예측에 실패한 언론들은 “세 번에 걸친 TV토론에서 클린턴이 우세를 보이며 승기를 잡은 것으로 점쳐졌으나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은 이변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언론들이 트럼프 돌풍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 대신 클린턴 당선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채 끼워 맞추기 식으로 자료를 해석해 왔다는 지적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국정운영에 있어서 각종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등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에 ‘아웃사이더’보다는 ‘정치 베테랑’을 점찍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처럼 미국 언론들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는 개표 시작 시점부터 클린턴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지역인 인디애나·켄터키는 물론이고 최대 격전지로 점쳐진 플로리다·아이오와 등에서 승리를 거두며 선거인단 매직넘버인 270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승자로 우뚝 섰다. 미국 대선은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승리한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코스피가 3%대 급락세를 보이고 코스닥은 6%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0원대로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느긋하게 관망하던 금융시장이 속수무책 당한 셈이다. 통화 당국은 오후 2시(한국시간)께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정부는 오후 4시 30분께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트럼프의 당선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트럼프가 후보 시절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검토·동맹국들의 방위비 재협상·주한미군 철수 검토 등 양국의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에 청와대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일부 제기됐다.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의 뜻밖의(?) 당선이 일부 인물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로 곤혹을 겪고 있는 청와대가 한숨 돌리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주요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 대부분을 차지하던 ‘최순실 사태’가 트럼프의 선전 소식이 전해진 9일(한국시간)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흐름이 끊겼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이 날 미국 대선 뉴스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시점과 맞물려 포털사이트 상단에도 ‘트럼프 이슈’가 대거 배치됐다.
‘외부에서 위기가 닥치면 내부 결집력이 상승하게 된다’는 공식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배척해야 할 공통인물이나 주제가 정해지면 화살이 그쪽으로 향하게 되기 마련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는 탓이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