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기동물센터 이야기⑥] 그 아이들은 모두 별이 되었을까?

처음 제주유기동물센터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슬픈 이야기는 어느 부분에 실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밝은 면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솔직히 센터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대부분이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 손을 거쳐간 많은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새 주인을 찾아준 아이는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두세마리씩 입양하기를 바라지만 두세팀 중 한팀만 입양해도 머리숙여 고마워해야하는 것이 센터 직원들과 봉사자들의 마음이다. 일년에 몇 번 있는 열 마리 이상 분양되는 날이면 센터 직원들은 흥분해 SNS에 자랑하고는 한다.

같은날 센터에 입소한 두 강아지. 대부분의 경우 왼쪽 믹스견과 오른쪽 푸들의 운명은 달라진다. / 사진=최상진 기자
유기동물센터는 동물들에게 기약없는 감옥이다. 한번 들어오면 사람의 선택 없이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적응해 오래 버티는 아이들이 대다수지만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별이 되는 아이들도 많다. 그나마 고마운건 이들 대부분이 조용한 밤에 떠나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다.

센터에 새끼들과 함께 들어온 어미는 자식을 잘 돌보지 않는다. 제 새끼도 자신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을 직감해서일까. 어미가 젖을 물리지 않는 새끼들은 거의 다 죽는다. 젖을 떼도 돌보지 않으면 다른 어미에게 맡긴다. 몸이 작거나 약한 아이는 살 수 없다.

그렇게 어느정도 크면 다른 새끼 강아지들과 합사한다. 간혹 이들을 찾는 사람도 있으나 믹스견들은 이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큰 개에게 물리거나 홍역·파보가 돌거나 원인 없이 결국 죽는다. 이게 센터에 버려진 새끼 강아지들의 운명이다.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 어미는 결국 자기 새끼들이 죽어도 이를 외면한다. / 사진=최상진 기자
분양동 강아지들도 다르지 않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녀석이 다음날 보이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더위가 다가올 무렵 과도하게 활발해 매일같이 혼나던 슈나우저 한 마리가 떠났다. 하도 난리를 피워 수도없이 내게 혼나던 녀석이었다. 근 2주만에 깔끔하게 씻겨놨는데 또 화단에서 뒹굴어 한바탕 욕지거리를 하고 분양동을 나섰는데 다음날 사라지고 없었다.

더 이상 가슴까지 뛰어오르던 슈나우저가 없다는 사실은 애써 정을 주려 하지 않았던 내게도 큰 충격이었다. 옆에서 매번 같이 혼내던 고정 봉사자 규순이모는 이녀석의 죽음을 계기로 2선으로 물러났다. 신경쓰이던 강아지의 죽음은 봉사자들의 기를 빼놓는 경우가 많았다.

봉사자와 센터 직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보스턴테리어. 입양 희망자가 나타났지만 새 주인을 만나기 직전에 별이 됐다. / 사진=최상진 기자
처음 들어왔을 때 품종을 몰라 한참을 ‘불독이랑 퍼그랑 믹스’라고 불렀던 보스턴테리어도 봉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아이다. 처음에는 임신한 줄 알고 일주일정도 각방을 줬는데도 출산을 안해 병원에 데려가봤더니 심장사상충으로 복수가 찬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센터 수의사 선생님의 노력으로 아이는 기적적으로 날씬해졌다.

은숙이모는 이 아이를 기필코 입양보내려 했다. 봉사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공금으로 사상충도 치료하고 중성화도 시킬 겸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길에 센터 입구에서 입양차 온 젊은부부가 이 아이에게 꽂혔다. 이모와 입양자는 중성화 이후 데려려가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수술 다음날 아이가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은숙이모는 지금도 ‘보스턴’이라고만 말해도 운다.

센터에서 오래 봉사하다 보면 마음가는 아이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그 아이가 분양가서 잘 살면 그보다 좋을 수 없지만, 내 앞에서 떠내보내야 하는 일이 반드시 생긴다. 그럴 때마다 개를 사랑해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너무 큰 상처를 받고 떠나거나 그 아이를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입양가기 직전 물혹이 발견돼 센터에 남겨진 아이. 수술은 잘 끝났고, 아직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최상진 기자
시름에 가득찬 은숙이모에게 ‘사람이 죽으면 반려견이 마중나온다잖아요. 우리 죽으면 개들이 무자비하게 달려올거에요’라고 말했다. 어두운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래도 내 말이 맞을거라고 우겼다. 그만큼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도 쓸쓸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인터넷에서 기르던 동물을 분양한다는 글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이들 중 일부는 새 주인을 찾겠지만 필시 일부는 버려질 것이다. 부디 책임지지 못할지라도 아이들을 사람에 선택 없이는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 가두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 ‘책임질 수 없으면 키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