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거쳐간 많은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새 주인을 찾아준 아이는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두세마리씩 입양하기를 바라지만 두세팀 중 한팀만 입양해도 머리숙여 고마워해야하는 것이 센터 직원들과 봉사자들의 마음이다. 일년에 몇 번 있는 열 마리 이상 분양되는 날이면 센터 직원들은 흥분해 SNS에 자랑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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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 새끼들과 함께 들어온 어미는 자식을 잘 돌보지 않는다. 제 새끼도 자신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을 직감해서일까. 어미가 젖을 물리지 않는 새끼들은 거의 다 죽는다. 젖을 떼도 돌보지 않으면 다른 어미에게 맡긴다. 몸이 작거나 약한 아이는 살 수 없다.
그렇게 어느정도 크면 다른 새끼 강아지들과 합사한다. 간혹 이들을 찾는 사람도 있으나 믹스견들은 이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큰 개에게 물리거나 홍역·파보가 돌거나 원인 없이 결국 죽는다. 이게 센터에 버려진 새끼 강아지들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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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다가올 무렵 과도하게 활발해 매일같이 혼나던 슈나우저 한 마리가 떠났다. 하도 난리를 피워 수도없이 내게 혼나던 녀석이었다. 근 2주만에 깔끔하게 씻겨놨는데 또 화단에서 뒹굴어 한바탕 욕지거리를 하고 분양동을 나섰는데 다음날 사라지고 없었다.
더 이상 가슴까지 뛰어오르던 슈나우저가 없다는 사실은 애써 정을 주려 하지 않았던 내게도 큰 충격이었다. 옆에서 매번 같이 혼내던 고정 봉사자 규순이모는 이녀석의 죽음을 계기로 2선으로 물러났다. 신경쓰이던 강아지의 죽음은 봉사자들의 기를 빼놓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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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숙이모는 이 아이를 기필코 입양보내려 했다. 봉사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공금으로 사상충도 치료하고 중성화도 시킬 겸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길에 센터 입구에서 입양차 온 젊은부부가 이 아이에게 꽂혔다. 이모와 입양자는 중성화 이후 데려려가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수술 다음날 아이가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은숙이모는 지금도 ‘보스턴’이라고만 말해도 운다.
센터에서 오래 봉사하다 보면 마음가는 아이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그 아이가 분양가서 잘 살면 그보다 좋을 수 없지만, 내 앞에서 떠내보내야 하는 일이 반드시 생긴다. 그럴 때마다 개를 사랑해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너무 큰 상처를 받고 떠나거나 그 아이를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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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인터넷에서 기르던 동물을 분양한다는 글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이들 중 일부는 새 주인을 찾겠지만 필시 일부는 버려질 것이다. 부디 책임지지 못할지라도 아이들을 사람에 선택 없이는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 가두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 ‘책임질 수 없으면 키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