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동운항(코드셰어 · Code Share) 확대로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파트너십이 혁명적으로 강화됐습니다.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9월 말 서울 태평로 델타항공 사무실에서 만난 비네이 듀베 부사장은 ‘고객 경험’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9월 초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공동운항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아시아 네트워크를 확장해 미국발 아시아 도시 행 공동운항편을 기존 22개에서 32개로 증편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도 북미 도시 연결편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인천을 출발, 미주로 향하는 공동운항편이 총 159개로 늘어난다. 시행은 올 4분기, 양국 정부 인가를 받은 뒤 시작된다.
“공동운항 확대로 고객들은 더욱 많은 도시로 더욱 편리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듀베 부사장은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먼저 설명했다. 그러나 항공업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그 말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공동운항을 하기 전에도 이미 여러 도시로 손쉽게 이동하지 않았나?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베트남 호찌민으로 향하는 여정을 한번 살펴보자. 현재도 델타항공 편으로 디트로이트에서 인천공항까지 간 다음, 다시 대한항공편을 이용해 호찌민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항공사마다 동맹사(얼라이언스 · Alliance)와 제휴를 맺고 연계노선(인터라인 · Interline)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동운항은 무엇이 다를까? 듀베 부사장은 말한다. “일반적인 연계노선은 스케줄이 신중하게 관리되지 않습니다. 환승 대기시간이 길더라도 항공사 간 조율이 잘 되지 않아요.” 앞선 예에서 보면, 인천공항 환승 대기 시간이 5시간을 넘더라도 두 항공사 측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공동운항 체제 하에선 스케줄이 긴밀하게 조정된다. 듀베 부사장은 말한다. “우리가 델타코드를 붙일 땐(공동운항을 할 땐) 상황이 달라집니다. 델타항공은 고객이 오랜 시간 환승을 기다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파트너사와 미리 노선을 조정합니다.” 바꿔 말하면 공동운항 체제에서만 유기적 조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연계노선의 경우, 운항사가 자사 사정에 의해 파트너사 측의 예약을 막을 수도 있다. 이는 파트너 항공사에겐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고객에겐 불편한 경험이 된다. 이에 반해 공동운항은 파트너사에도 독립된 판매가 보장된다. 결과적으로 고객 경험이 강화되는 것이다. 보다 나은 서비스와 더욱 다양해진 노선 모두가 항공사 경쟁력을 높이는 힘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진작 공동운항을 강화하지 않았을까? 어떤 이유로 2013년 공동운항을 축소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업계의 히스토리를 살펴봐야 한다.
델타항공은 수십 년 동안 미국과 한국을 잇는 노선을 단 한 개만 운영해왔다. 대한항공과는 상보적 관계였다. 2000년엔 대한항공과 함께 스카이팀 동맹을 창설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 측에 미국 내 국내선을 공동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내주었다.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어차피 한국이나 아시아를 오가는 미국 내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환경은 2010년부터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항공을 합병하고 노선을 통합했다. 이전 노스웨스트 노선을 흡수하며 델타항공은 미주~아시아를 연결하는 5대 항공사 중 하나가 되었다. 대한항공과는 경쟁 관계가 된 셈이었다. 듀베 부사장 표현을 빌자면 “파트너십 양상이 이전보다 복잡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델타항공은 한국과 아시아 비즈니스를 재정비해야 했다. 2013년 인천~시애틀 노선을 신규취항하며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나섰다. 같은 해 대한항공과의 공동운항을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내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타 항공사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그렇다고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파트너십을 아예 접은 건 아니었다. 인천~디트로이트, 인천~애틀란타 같은 노선은 여전히 공동 운항으로 남겨두었다.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 이 노선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끈 역할을 했다. 그리고 양사는 물밑에서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했다.
델타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에어버스A350기에 슬라이딩 도어가 탑재된 비즈니스석 ‘델타 원 스위트(Delta One Suite)’를 선보인다. 개인 공간을 확보해 더욱 편안한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
양사는 복잡한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며 득실을 따졌다. 독자운영이 나을지, 공동운항이 나을지, 연계노선과 공동운항 중 어느 쪽 수익성이 높을지. 공동운항을 한다면 어느 노선을 취하고 내줄지 등등. 양사는 항로 하나를 얻을 때 파트너사에도 만족할만한 대체 경로를 줘야 했다. 어느 한쪽으로 이익이 쏠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했다. 그렇게 수년간 지속해온 협상의 결과가 이번 공동운항 확대로 나타났다.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오랜 파트너십을 신뢰하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듀베 부사장은 말한다. “노선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파트너사에 자사 고객을 뺏길 위험도 있지만, 큰 틀에선 더욱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한편 이번 공동운항 확대로 인천공항도 새로운 거점 공항으로 주목받고 있다. 델타항공은 현재 태평양 거점 공항으로 일본 나리타공항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는 인천공항이 나리타공항을 밀어내고 새로운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듀베 부사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만큼 새 허브공항처럼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나리타 공항 역시 중요한 허브로 남을 것입니다. 델타항공은 다수 파트너와 다수 허브를 운영하는 방안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델타항공은 한국 직항도 확장한다. 2017년 6월 4일부터 인천~애틀란타 직항을 매일 운항한다. 기존 디트로이트, 시애틀에 이어 세 번째 직항 노선이다. 여기엔 291석을 갖춘 보잉777-200LR 기종을 투입한다. 듀베 부사장은 말한다. “이번 공동운항 확대와 신규 노선 취항으로 델타항공은 매우 고무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고객에겐 보다 나은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델타항공에겐 선진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바탕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기자는 고객 경험으로 관통하는 델타항공의 일관된 메시지에서 선진 항공사의 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 델타항공이 자랑하는 고객 서비스
“델타항공은 2010년 합병 이후 고객 경험을 강화한다는 장기적 전략 아래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네이 듀베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고객경험에 방점을 찍었다. 그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차별적인 서비스를 선제 도입해 업계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2014년엔 장거리를 오가는 대형 국제선에 더욱 편리한 비즈니스 석을 선보였다. 전 좌석이 180도로 펼쳐지는 침대형 좌석을 완비하고, 모든 자리를 통로 좌석이 되도록 배치했다.
델타항공은 2017년부턴 한층 업그레이드된 ‘델타 원 스위트’ 비즈니스석도 선보일 예정이다. 키 높이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하고 전용 개인 공간을 제공해 한결 여유롭고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델타 원 스위트는 델타항공이 처음 도입하는 에어버스 A350 기종을 통해 내년 가을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와 미국을 잇는 노선에 주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델타항공은 기내 서비스를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키엘 프리미엄 스킨케어 제품으로 구성된 투미 편의용품, 웨스틴헤븐리 사의 침구, 소음차단 헤드셋, 유명 셰프가 엄선한 메뉴, 기내 라운지 웨어, 한글로 번역된 70여 편의 기내 영화 등 고급스럽고 다양한 서비스가 승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듀베 부사장은 “압도적인 운항 신뢰도(Operation Reliability)도 (델타항공의 강점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객경험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 마지막으로 듀베 부사장은 높은 ‘직원 만족도’를 델타항공의 서비스 원동력으로 꼽았다. 미국 포춘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The Most Admired Companies)’에 매년 선정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직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듀베 부사장의 말이 그냥 하는 소리 같지는 않았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글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