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시국의 영향으로 관객이 눈에 띄게 감소한 가운데 ‘스플릿’은 개봉 첫날인 9일 3만368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닥터 스트레인지’, ‘럭키’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다. 다음날인 10일에는 4만8354명의 관객을 동원해 3만7603명에 그친 ‘럭키’를 제쳤다.
배우들은 지난달 31일 라디오방송에서 “300만 관객이 넘으면 전신 쫄쫄이를 입고, 500만이 넘으면 인간 볼링핀이 돼서 시민들과 볼링을 즐기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스포츠를 다룬 영화 중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국가대표’ 뿐, 과연 개봉 2일차 역주행을 시작한 ‘스플릿’은 몇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까.
1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국내 스포츠영화를 종합해보면 대다수가 올림픽 이면에서 발굴한 이야기가 담겼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국가대표’(803만명)부터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401만명), ‘코리아’(187만명) 등이 100만 이상을 동원했다. 올림픽의 화제성, 외면받던 이들의 극적인 순간을 앞세워 휴머니즘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목의 인기보다 휴머니즘을 강조해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작품도 있다. 대표적인게 ‘말아톤’(419만명)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마라토너 초원이의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를 그린 작품으로 개봉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몸매는 끝내줘요’ 등의 대사가 회자되며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스플릿’의 경우 스포츠보다는 레저에 가까운 종목인 볼링을 택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최국희 감독은 볼링공이 레인을 타고 핀까지 도달하는 궤적, 스트라이크의 짜릿한 쾌감을 통해 극복해냈다. 볼링이 빠른 경기흐름을 지닌 스포츠인 만큼 경기 자체의 긴장감을 영상과 소리를 통해 적절히 살려 생동감을 높였다.
전체적으로 ‘스플릿’은 확실한 흥행카드를 택하지는 않았지만 종목의 장점과 주인공의 성장스토리를 적절하게 섞어 잘 정돈된 스포츠휴머니즘을 구현해냈다. 스포츠 흥행영화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보통 400만 관객을 동원한 만큼 배우들의 공약처럼 300만 관객 돌파도 노려볼 만 하다.
과연 ‘스플릿’이 300만 관객을 넘어 수트가 어울리는 유지태의 쫄쫄이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500만 관객을 넘어 유지태와 정성화를 핀으로 놓고 대차게 볼링공을 굴릴 수 있을까. 역주행을 시작한 ‘스플릿’을 두고두고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듯 하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