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업무를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저금리 상황과 풍부한 유동성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들도 이제 막 진입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최근 한 대형 운용사에서 나와 독립한 신생 운용사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부동산자산운용 업계가 좋은 때를 만났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제 부동산자산운용 업계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문제는 속도다. 부동산 펀드 증가 속도와 규모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10일 현재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43조 6,451억원으로 작년 말(34조 9,386억원)과 비교해 25% 가까이 증가했다. 5년 전인 2011년 말(16조원)에 비해 3배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이 중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작년 말 전체 부동산펀드에서 해외(12조 3,26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28.2%에 불과했으나 현재(19조 6,603억원) 45%까지 늘어났다. 국내에서 투자 대상을 찾기가 어려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국내 운용사들이 증권사와 손을 잡고 총액인수 후 다시 국내 기관들에 되파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가 총액인수를 하게 되면 의사결정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수수료 비용이 발생하고 수익률은 떨어진다.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점도 걱정스럽다. 실제 최근 한 증권사와 운용사는 미국 부동산을 사들인 후 기관에 재판매가 되지 않아 갈등을 겪었다. 한 운용사 대표는 ”단기 성과가 중요한 증권사와 달리 운용사는 장기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증권사 위주의 시장이 계속된다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커져 버린 덩치에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최근 운용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경험이 있고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팀장급 인력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규모는 물론 다양성도 키워야=국내 운용사들이 해외시장에 목을 매는 것은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들의 투자 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관들이 선호하는 자산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며 ”신용도가 높은 장기 임차인이 있어 안정적인 수익률이 기대되는 코어 부동산“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기관들의 천편일률적인 투자 전략이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투자 대상 다양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공모 시장은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물론 다양성을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 대표는 “공모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상품과 함께 다양성도 중요하며, 이를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