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은행 민영화 다음 수순은 제대로 된 주인 찾기다

우리은행이 민영화의 마지막 허들을 넘어섰다. 정부가 2001년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우리금융지주 지분 100%를 사들인 후 무려 15년 만의 일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공적자금위원회 의결을 거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29.7%를 7개 투자가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매각작업을 마치면 예금보호공사 보유 지분이 21.4%로 줄어들어 우리은행은 사실상 민영화된다.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곳은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동양생명(4%,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 유진자산운용(4%), 미래에셋자산운용(3.7%), IMM프라이빗에쿼티(6%) 등 7곳이다. 정부가 이번에 선정된 과점주주들에 경영 참여가 가능한 사외이사추천권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은행은 앞으로 이들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위주로 재편된다. 이들은 재무적 투자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국내 은행들 가운데 지배구조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매각을 완료해도 정부의 나머지 지분이 20%를 넘어 여전히 정부가 최대주주다. 이 지분을 언제 매각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가 우리은행 민영화의 제1조건이라고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의 정상화 측면에서도 나머지 지분의 신속한 매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우리은행에 확실한 주인을 찾아줄 때 궁극적으로 민영화의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역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가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말잔치로 끝나고 만 데는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은행 경영이 관치와 낙하산 인사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 더 이상의 민영화 실패는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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