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이재만 나란히 검찰 출석, '문고리 3인방' 모두 소환 '굴욕'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연이어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써 정호성(47) 전 비서관이 지난 3일 체포된 지 12일만에 박근혜 정부 실세로 손꼽히던 ‘문고리 3인방’이 모두 검찰에 출석했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이날 오전 10시24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나타났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 2014년 12월14일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후 약 2년만의 검찰 출석인 것.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이 전 비서관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택시에서 하차했다.

그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60여명의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는 포토라인 앞에 선 이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였느냐’, ‘정호성이 문건을 최씨에게 건네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최씨가 인사에도 개입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침묵을 지킨 이 전 비서관은 ‘최씨와 언제부터 알고 지낸 사이냐’는 질문에 “궁금해 하는 것들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답하겠다”고만 답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된 답변만을 늘어놓지 말라’, ‘국민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전 비서관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으며 취재진을 향해 잠시 고개를 숙인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의 맏형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할 당시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서 보안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으로 재임하면서 정 전 비서관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을 돕거나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예정된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35분 앞선 오전 9시25분께 검찰에 출석한 바 있다. 검찰이 공개소환하는 인물이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이상 빠르게 나타나는 것은 드문 일로 알려져 있다.

10시 출석에 맞춰 준비 중이던 취재진을 수월하게 지나친 안 전 비서관 역시 의미없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그는 ‘최씨와의 관계’, ‘최씨의 청와대 출입을 도왔느냐’ 등에 대한 질문에 “검찰에 올라가서 말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순방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의상을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 제2부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자신의 차를 이용해 최씨의 청와대 출입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

검찰은 안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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