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페이스북의 ‘1% 가짜’



지난해 9월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대학 시절 돼지의 목을 갖고 음란한 행동을 했다는 이른바 ‘돼지 게이트’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다. 총리실은 처음에는 황당한 얘기라며 논평 자체를 거부했지만 결국 이를 공식 부인해야 하는 군색한 처지에 몰렸다. 이 기사는 하루 만에 아무 증거가 없는 얘기로 드러났지만 이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고 지금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정보나 가짜 뉴스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경제포럼은 몇 해 전 “대량의 잘못된 디지털 정보가 현대사회의 주요 리스크 가운데 하나”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실제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페이스북에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려보냈더니 콘텐츠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체류시간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의 질적인 수준에 상관없이 집중도 패턴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가 기성 매체와 달리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사회 일각의 인식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 듯하다.

페이스북이 이번에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허위정보를 제대로 거르지 않은 채 노출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거센 탓이다. 이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상의 모든 콘텐츠 가운데 99% 이상은 진짜”라며 “1%도 안되는 거짓말이 선거 결과를 변화시켰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유세 기간에 공격적이고 명확한 카피를 내세우고 동영상을 적극 활용하는 등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맹점을 십분 활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커버그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다지만 올바른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의미 있는 정보를 가려낼 현명한 지혜가 더없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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