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본 정유사들이 웃고 태양광·배터리 업계가 울상을 지은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심각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에너지 독립국이 되겠다며 미국산 석유·셰일가스의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고했다. 트럼프 정책 자문단에 소속된 해럴드 햄 컨티넨털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당선자는 석유·셰일 탐사 업체들에 세금을 깎아주고 원유 탐사와 관련한 규제도 풀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국제유가(서부텍사스유)는 트럼프 당선 이후 하향세로 돌아서 배럴당 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유가가 20달러선까지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화한 저유가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구가한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계는 트럼프 당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후 원유 생산 증가로 가격 안정화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마진 개선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정유사들의 기업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가가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느는 대신 전반적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효과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는 물론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매출은 최근 저유가와 맞물려 소폭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반면 한화큐셀·OCI 등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트럼프발(發) 실적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와 유엔 지구온난화프로그램 지원금 중단 등을 공언했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또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배터리 업계도 트럼프 악재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전기차와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과 함께 2대 시장으로 통한다”며 “미국 정부가 이들 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접는다면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공약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기후협약은 규정에 따라 발효 직후 3년간 탈퇴가 불가능해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되지 않는다면 임기 내 탈퇴가 어렵다. 또 미국은 주정부마다 신재생 에너지 지원에 대한 재량권이 커 트럼프 당선인이 힘을 쓰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