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통울대로 만들어진 모양
살짝만 건드려도
도시 구석구석 감춰진 소리들이 다 도망친다
누가 나를 이 차도 한복판에 차버렸을까
두개골을 우그러뜨리며 바퀴들이 지나간다
이제 바람의 희롱에
요란하게 구르지 않아도 된다
내장이 터진 생쥐와 함께
점점 납작하게 길이 되어가는 동안,
그간 내 목청에 가려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새소리, 바람 소리 같은
은밀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더 많은 소리들을 듣기 위해
납작하게 눌려진 코끼리 귀 한쪽
더욱 넓고 평평하게 커진다
구르는 깡통은 귀가 없구나. 제 소리에 제 귀가 멀어 남의 말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했더니 그나마 바람이 불러주는 소리였구나. 속 빈 깡통 버리자 해도 어려운 시절 건너온 순한 이들이 아까워 높은 데 두더니, 출처 없는 바람에도 데굴데굴 구르는구나. 온 동네 온 나라 평안한 잠 깨우며 굴러다니더니 마침내 이리저리 발길에 차이는구나. 이제 입뿐인 깡통이 귀가 될 시간. 귀 기울이지 못했던 아프고 낮은 목소리들 들으며 한없이 얇아져 숭고한 길이 될 시간.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