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제2 국적선사 가능할까=SM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해운의 매출은 벌크선이 70%, 탱커선(LNG선 포함)이 30% 수준이다. 오는 21일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 매입의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컨테이너선대를 꾸린 종합해운선사가 되는 것이다. 특히 SM그룹은 한진해운의 인력을 그대로 승계할 방침이다. 해운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업 부문이 중복되는 현대상선이 가져가게 됐다면 한진해운 인력 중 절반 이상은 고용승계가 어려웠지만 SM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해운업의 핵심자산인 인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글로벌 해운동맹에 끼지 못한 상황에서 원양 노선 운행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다른 거점 없이 부산항과 미국 롱비치항을 오가는 노선에 화물을 어떻게 채울지부터가 관건인데 한진해운에서 넘어오게 되는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선복량이 5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인 현대상선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는 경량급에 속한다”며 “3만TEU가량 되는 미주 노선과 컨테이너선 6척을 확보한 것에 불과한 만큼 글로벌 해운동맹에 명함을 내밀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정부는 “한진해운 핵심인력이 국내 해운사에 남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SM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컨테이너선사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사실상 하나 남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선박 신조 지원을 통해 초대형 선박을 확충하고 글로벌해양펀드의 지원으로 해외 터미널과 영업망도 확보하겠다는 게 청사진이었다. 특히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현대상선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가져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 것부터가 안일한 판단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을 비롯해 아직까지 남아 있는 한진해운 알짜자산들이 있는 만큼 현대상선이 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며 “아직 본입찰까지 마무리된 것이 아닌 만큼 SM그룹의 행보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규·한재영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