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데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취임 100일 내에 뭔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며 “이는 닉슨 쇼크와 같은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1월20일 취임 이후 100일간 트럼프가 보여줄 경제정책 방향의 행보가 우리 경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 원장은 “미 대통령 권한으로 통상법, 적성국교역법, 국제 비상상황의 경제권한 법률 등 4~5개 법 조항을 근거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각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하겠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여간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원장은 “트럼프는 WTO 같은 국제무역 협정보다 국내법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보인다”며 “미국 내 수입업자,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주류세력이 반발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1년 닉슨 전 대통령은 무리한 베트남 전쟁, 독일과 일본의 수출경쟁력 강화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급격하게 줄자 8월15일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고 금태환제를 전격 폐지했다. 4개월 만인 12월20일 관세가 다시 인하됐지만 수출로 먹고살던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1971년 3·4분기 11.3%였던 경제성장률(전년 대비)은 4·4분기 6%로 둔화됐다. 수출은 10억6,800만달러로 27.8% 증가해 1961년(24.5%) 이후 10년 만에 최저였다.
이 같은 대외 충격은 1960년대 빠르게 불어난 기업부채와 맞물려 이듬해 8월3일 기업과 사채권자의 채권·채무관계를 전면 무효화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전무후무했던 ‘긴급 경제안정화 조치’로 연결됐다. 이날 KIEP 주최로 열린 ‘미 신정부 정책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클라우드 바필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상근연구원은 “트럼프가 권한을 이용해 관세를 움직일(인상)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역시 “환율조작국 지정보다 더 강력한 법안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김상훈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