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대신 트럼프랠리 왜] "재정 확대로 경기 부양" 트럼프노믹스에 글로벌시장 환호

美증시 연일 상승·달러도 강세 지속
"새정부 정책이 '게임체인저' 될수도"
일각선 "트럼프 리스크 과장 반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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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는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 효과(effect)’다. 미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10% 이상 폭락할 것이라던 애초의 예상을 비웃듯이 미 대선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라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글로벌 자금의 흐름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아웃사이더’ 대통령 당선이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 불안이 증폭될 것이라던 시장의 예측과는 정반대다. 미국 다우존스평균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지난 4거래일 사이 2.92% 상승했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값은 5일 연속 하락하며 4.14% 급락했으며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2.301%까지 오르는 등 자금이 급격히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같은 기간 달러당 101엔대까지 치솟았던 엔화 가치는 108엔대까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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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게임체인저 되나=트럼프 당선 이후 채권 금리는 연일 극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선 전 1.8%대에 머물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2.3%대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증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증시는 연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밝힌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등 대대적인 재정 확대와 감세 계획이 시장 랠리의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 속에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재정 확대를 주축으로 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 트럼프노믹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에만 의존했던 각국의 경기부양 수단을 재정 확대로 바꿔 놓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웰스파고펀드매니지먼트의 마지 파텔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으며 35년간의 금리 하락이 끝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채권 금리 상승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 등 주요국으로도 확산되며 디플레이션 탈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경기부양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을 팔아치우고 고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0.15%포인트가량 치솟아 0.3%포인트를 넘어섰고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1%에 근접했다. 영국 국채 수익률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15일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서 벗어났다. 홀거 슈미딩 베른버그방크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고립주의나 보호무역 같은 공약은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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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과장 지적도=월가에서는 시장을 뒤덮은 ‘트럼프 효과’에 대해 대선 직전까지 지나치게 ‘트럼프 리스크’가 과장된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당선 이후 트럼프가 보여준 모습은 과격한 보호주의 색채를 빼고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시장친화적 기업인’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선거 승리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에 짓눌려온 월가에 ‘도드프랭크법 폐기’라는 선물을 보내면서 자신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단방에 잠재웠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절친한 존 로저스 주니어 아리엘인베스트먼트 회장도 “트럼프 취임 이후 단기간은 경제가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이 트럼프노믹스의 밝은 면만 부각시키며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4% 고성장과 1조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감세 정책 등이 모두 실현되기 어려움에도 투자자들이 각기 유리한 정책만 부각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구체적인 재원에 대한 고민 없이 감세와 재정 확대에 나설 경우 급격한 재정적자 확대가 시장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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