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5%(6.87포인트) 내린 1,967.53에 마감하며 사흘 연속 하락했다. 코스피는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미국 시간 8일) 2.25%(45포인트) 폭락하며 1,960선이 무너졌다가 이튿날 2,002.60까지 오르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트럼프 랠리로 상승세를 탄 글로벌 주요 증시에 동조할 것으로 보였던 코스피는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가 급격하게 늘며 약세로 돌아선 상태다. 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말까지 10조6,10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8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동안 1조2,119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하락을 이끌고 있다. 8일 대비 이날 기준 코스피 하락률은 1.79%로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2.92%)를 비롯해 독일(2.02%), 일본(2.86%), 프랑스(0.71%) 등 주요 선진국 증시가 오른 것과 대비된다. 최근 국내 증시와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마저 1% 넘게 올라 한국증시 소외현상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의 배경에는 달러 강세가 자리 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 직전인 8일 대비 3.14% 올랐고(원화가치약세)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달 2일부터 이날까지 하루(10일)를 제외하고 9거래일간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금리 인상은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는데 최근의 달러화 강세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이달 말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추가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 순매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한 트럼프의 공약이 수출대형주 중심의 코스피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이번 외국인 주식 매도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트럼프의 으름장으로 한국과 중국 등 공산품을 수출하는 주요 신흥시장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에서 시작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신흥시장에 대한 정책노선이 구체화하기 전까지 신흥시장에 드리워진 냉각 기류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