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반려동물 부담금

1615A38 만파


10년여 전인 지난 2006년 4월 여야 의원 16명이 이른바 ‘반려동물 부담금’법을 발의했다. 반려동물을 등록한 사람들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및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다. 법안 취지는 이렇다. 오물 등이 환경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부담금 액수는 1마리당 10만원 수준. 당시 찬성 의견도 상당했지만 반발이 더 셌던 모양이다.


애견인과 관련 단체 등이 들고 일어나면서 법안은 결국 폐기됐다. 2년여 뒤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2008년 12월 기획재정부는 이듬해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례에 지방세 세목을 신설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따른 지방세 부족분을 새로운 세원으로 메워주겠다는 의도였지만 신규 세목으로 지목된 간판세·온천세·애견세가 문제였다.

특히 애견세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곳저곳에서 “개를 키우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거센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인터넷에서 애견세 신설을 반대하는 10만명 서명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다. 잊힌 듯하던 반려동물 부담금 문제가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서 다시 불거졌다는 소식이다. 110여세대가 모여 사는 연립주택의 관리사무소에서 개를 키우는 집에 월 7,200원의 반려동물 부담금을 관리비 고지서에 부과해 주민 간 갈등이 극심하다고 한다.

부담금 부과는 반려동물에 따른 소음 등 민원이 급증하자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규약에 ‘관리비의 5%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새 조항을 추가한 데 따른 것이다. 애완견과 함께 사는 주민들이 진정서를 내 성남시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찬반 입장이 워낙 팽팽해 자칫 법정 다툼까지 우려된다고 한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