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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의 한국 경제 긍정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1조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해 우리가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긍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수주를 위해 혈안이 돼 달려들 텐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또 “1조달러를 풀고 친기업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규제를 완화해 미국 경제가 잘되면 전 세계에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훈풍이 우리나라까지 오기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신 현 원장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해지며 한국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코끼리 두 마리가 있으면 사랑을 하거나 싸움을 하는데, 특히 싸움을 하면 잔디는 엉망이 된다”며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중국만 겨냥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 한국도 ‘도매금’으로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원장은 “미국도 조치를 취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등을 근거로 내세우는데 중국은 3%인 반면 우리는 8%에 달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도 미국의 철강 등에 대한 반덤핑 조치는 중국과 한국에 동시에 매긴다”며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한국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 가해질 수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현 원장은 “미국에서 한국과 통상·경제협력을 통해 얻은 이익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문제, 환율 등을 계속 주시하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원장은 앞으로 전 세계 통상·외교 패러다임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쪽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자유무역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졌고 경제학적으로도 맞는 얘기였지만 (서방 국민들 사이에서) ‘20년간 자유무역을 한 결과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은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이 그 예이며 내년 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결책은 없을까. 현 원장은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3분의1 이상을 줄여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미국과의 FTA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언급하며 “그들도 나름 계산에 바탕을 둔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우리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장기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는 등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현 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정확대는 국채를 더 발행하는 것이므로 트럼프의 1조달러 재정확대 정책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8년간 저금리가 유지됐기 때문에 이제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 원장은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미 대통령이 아무리 강력해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정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김상훈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