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신약개발 업체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 바이오벤처 중 ‘최초’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지난 2003년 세계 최초로 분석한 비아그라 작용 원리는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표지에 실렸고 기술평가제도를 통한 1호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벤처 가운데 처음으로 신약 개발에 성공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회사를 설립한 지 16년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매출·영업이익 등 외형 성장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조중명 대표가 LG생명과학(옛 LG화학) 연구소장 출신이자 바이오벤처 업계의 맏형인 탓에 기대치가 높은 탓도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16일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 외에 현재 개발 중인 분자표적항암제와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를 주축으로 신약개발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 대표가 기대를 걸고 있는 신약물질은 바로 분자표적항암제(CG200745)다. 분자표적항암제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과 췌장암 등 2개 질병을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앞서 실행한 전임상(동물실험) 및 임상 1상에서 높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두 적응증에 대한 임상 모두 2상 진입을 앞두고 있고 MDS의 경우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2상 종료 이후 품목 허가도 가능하다”며 “2018년 이후에는 해외 기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항암제 기술은 올 6월 캐나다 앱토즈바이오사이언스에 총 3,500억원 규모의 급속백혈병 치료제(CG026806) 기술수출로 이어지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기도 했다.
조 대표는 자체 표적 항암제 기술과 다른 제약사들의 면역 항암제 기술을 합친 신약 개발도 꿈꾸고 있다. 조 대표는 “표적과 면역 기술을 합친 항암제는 아직 상업화한 곳이 없지만 각국의 많은 기업이 개발을 시도 중”이라며 “상업화할 경우 암도 에이즈 같은 질병처럼 약을 먹으면서 증상 발현 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출시된 국산 22호 신약 아셀렉스 또한 핵심 성장 축 중 하나다. 아셀렉스는 올 1월 터키를 포함한 19개국에 6,300억원 규모로 수출됐으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추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 기존 약품과의 융합을 통해 아셀렉스의 상품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대표적인 진통제 성분인 트라마돌과 아셀렉스를 합친 제품을 준비 중”이라며 “제품화에 성공하면 퇴행성 관절염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허리 통증 등까지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임상이 진행 중인 슈퍼박테리아 항생제(CG400549)도 기대 제품 중 하나다. 조 대표는 환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항생제 제형을 지금보다 10분의1 수준으로 줄인 조그만 알약(타블렛)으로 새로 디자인해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올 들어 외부 인재 수혈에 적극 나서며 수년 내에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목표에 도달한다는 방침이다. 올 들어 국립암센터 출신의 김연희 박사를 비롯해 이상윤 전 화이자 상무, 정준호 전 안국약품 사장 등을 영입하며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부문을 강화했다. 내년에는 사상 첫 영업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조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 또한 신약 개발에만 매진하는 바람에 15년간 적자를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국내 바이오벤처의 모범 사례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판교=양철민·서민준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