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수산 이어 동원그룹 3대 성장엔진 급부상

포춘코리아 500 기업 사례/ 295위 동원시스템즈
과감한 M&A로 1조원대 종합 포장재 기업 발돋움

동원시스템즈는 테크팩솔루션을 비롯한 기업 인수합병, 공격적인 R&D 투자 확대 등을 앞세워 글로벌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테크팩솔루션 군산공장 용해로 보수 작업 종료를 기념해 진행한 화입식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불을 넣고 있는 모습.
지난해 포춘코리아 500 순위 442위였던 동원시스템즈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는 295위를 기록하며 불과 1년 만에 147계단이나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포장재 전문 제조회사인 동원시스템즈의 성장에 동원그룹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식품·수산 부문 사업에 주력해온 동원그룹에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비식품 성장 기업이 존재한다는 건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 동력 찾기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원시스템즈는 연포장재(플라스틱 필름이나 종이처럼 유연성을 가진 재료로 이뤄진 포장재)에서 병, 캔, 산업용 필름, 알루미늄 호일까지 다양한 포장재를 제조하는 전문회사다. 동원F&B의 참치캔, 네슬레의 커피 제품 포장,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포장, 롯데의 클라우드 맥주 유리병 등 국내외 유명 식음료 업체들의 포장재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제휴사를 기반으로 10개 국내 사업장과 3개 해외 법인을 거느린 국내 대표 포장재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창업 초창기 동원시스템즈는 지금과 전혀 다른 카메라 제조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었다. 동원시스템즈의 모태는 지난 1977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설립한 카메라 조립회사 ‘오리온 광학’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수산업 중심의 주력 비즈니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오리온 광학을 창업했다. 초창기 일본 카메라 기업의 하청을 받아 제품을 조립하는데 머물렀던 오리온 광학은 지난 1984년 동원광학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부턴 직접 카메라를 생산했다.

그랬던 동원시스템즈가 처음 포장재 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 1993년의 일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카메라 제조 사업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던 포장재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동원시스템즈는 1996년 충북 진천에 연포장재 사업장 준공을 시작으로 포장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당시 국내 최고 수준의 알루미늄 가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대한은박지를 인수해 제품력과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했다. 동원시스템즈가 포장재 전문기업으로 날개를 달게 된 촉매제였다. 그 후 동원시스템즈는 가파르게 사세를 확장하며 매출 1조 원 대를 올리는 우량기업으로 성장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지난해 동원시스템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200억 원, 98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5.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동원시스템즈의 매출은 현재 동원그룹의 양대 매출원인 동원산업(1조 3,500억 원)과 동원F&B(1조 9,3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영업이익 면에선 동원 F&B(771억 원)와 동원산업(573억 원)을 앞지르고 있다. 업계에선 그동안 동원산업과 동원F&B의 그늘에 가려있던 동원시스템즈가 지금은 당당히 그룹 전체의 3대 성장 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동원시스템즈 성장의 중심에는 지난 201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조점근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 1981년 동원시스템즈에 입사한 조 대표는 진천공장 공장장, 포장사업부장, 동원시스템즈 정밀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CEO에 오른 인물이다. 동원시스템즈 포장사업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지켜본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점근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핵심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이다. 그는 2012년 대한은박지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한진피앤씨와 테크팩솔루션 등을 인수하며 종합포장재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붙여왔다. 같은 해 10월에는 글로벌 캔·유리병 제조업체인 아르다 메탈 패키징 아메리칸 사모아(현 탈로파시스템즈)를 인수해 미주·태평양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동원시스템즈가 인수한 주요 기업의 사업영역이 거의 중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원시스템즈 측은 이에 대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실적개선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 유효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동원시스템즈의 이 같은 전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포장재 기업인 딴띠엔패키징(TTP)과 미잉비에트패키징(MVP)을 인수했다. 베트남 최대 포장재 제조기업인 TTP는 유니레버를 포함해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베트남 및 동남아 현지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MVP 역시 베트남 대형 식품기업 마산의 제품 포장을 전담해온 건실한 포장재 제조회사다.

동원시스템즈가 한 번에 기업 두 곳, 그것도 베트남 기업을 인수한 이유는 글로벌 포장재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동원시스템즈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포장재 회사들은 대부분 지역 거점에 있는 공장을 통해 그 곳의 점유율을 높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며 “(동원시스템즈의 경우)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권 공략을 위해 글로벌 포장재 시장 중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을 지역 거점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동원시스템즈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동원시스템즈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차별화된 신규 아이템 개발, 제조 설비 개보수 및 확충 등을 통해 생산량 증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시장을 넘어 멕시코, 페루, 에콰도르 등 중남미 시장과 아시아 시장으로도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동원시스템즈가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약 1조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점근 대표는 취임 초기인 지난 2012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018년까지 동원시스템즈의 매출을 1조 원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동원시스템즈는 조 대표의 기대보다 3년이나 앞선 지난해 매출 1조 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동원시스템즈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태세다. 활발한 M&A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내수기업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종합포장재 시장 톱10에 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그들의 목표가 허언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