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끝까지 차움의원 감싸는 복지부

바이오헬스부 김영필기자



“개인 의료 정보 누설에 따른 법 위반 측면이 있긴 합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16일 차병원 그룹 산하 프리미엄 서비스 병원인 차움의원에 대해 한 얘기다. 무슨 말일까.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는 업무상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차움은 최순실 사태의 화마가 자신들에게 뻗치자 지난 10일 “최씨는 2010년 8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차움에서 진료 받은 적이 있다”며 “최씨에게는 종합비타민 주사제(IVNT)를 반복 처방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14일에는 이동모 원장 명의의 자료를 뿌려 “최순실·순득씨 자매 일부 의무기록에 ‘청’ ‘안가’ 등의 표시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의무기록을 확인한 결과 사실임이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법 위반 소지가 명확한 셈이다.

복지부도 이를 안다. 국정농단을 벌인 최순실씨 사건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중차대한 일이다. 전국민적 관심사인데다 각종 의혹이 제기돼 이를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법 위반은 법 위반이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 법 위반 의혹이 있다면 보건당국이 조사해 외부에 밝히는 게 맞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정보누설 부분을 묵인하는 것은 스스로 법을 깔아뭉개면서 “차움의원 전 의사였던 김상만(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씨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차움의 꼬리 자르기를 돕는 것밖에 안 된다.

실제 복지부는 15일 김상만 원장만 진료기록부를 허위작성한 사실을 확인해 형사고발했다. 추가 조사도 없다는 입장이다. VIP 진료라는 차움의원의 특성상 대리처방과 관련한 유사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차움병원 모회사인 차병원그룹은 줄기세포 연구 등과 관련해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보건소의 차움의원 조사 내용은 발표 시점이 수차례 미뤄졌다.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수위조절을 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 아니냐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빈약한 차움의원 조사마저도 처음에는 “보건소가 할 일”이라고 뒷짐을 졌던 복지부다. 복지부는 차움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추가 법적처분을 검토해야 한다. 차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특혜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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