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되면 서경씨에게 스치는 알싸한 기분, 바로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만 생각하면 뒷골이 마구 땡긴다. 아, 또 올해는 얼마를 토해내야 하나. 호랑이 담배 피울 적, 고대 그리스와 로마 때부터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자가 30세가 넘도록 미혼으로 남아 있으면 선거권 박탈과 함께 부과했다는 그 무시무시한 싱글세. 연말정산 명세서에 ‘싱.글.세’ 이렇게 세 글자 또박또박 적혀있는 건 아니지만 서경씨에게는 ‘확·실·히’ 싱글세다. ‘싱글세’, ‘독신세(獨身稅)’, ‘1인 가구세’ 이름이 뭐든 말이다.
서경씨가 그 무엇보다 아깝게 여기는 것들은 바로 과태료, 주차료 그리고 연말정산에서 토해 나는 돈 이렇게 세 가지 아닌가.
흑흑~~ 슬퍼잉~~~
그래, 나도 올 연말정산 때는 좀 웃어보자. 이렇게 소비를 하고도 연말정산서 토해낸다면, 나는 국세청의 ‘호갱님’이 아니던가. -.-; 온갖 가게에 호갱님이면 됐지, 국세청 호갱님은 좀 탈피해 봐야겠어. 서경씨, 결연하다! 연말정산, 아는 만큼 돌려받는다고. 싱글세급 연말정산에는 나의 무식도 적지 않게 기여했으리라.
근데 역시나, 소득공제, 세액공제, 과세표준. 머리가 핑핑 돈다. 한글인데도 참 어렵게 써놨다. 소득공제, 소득은 수입이라고 한다면 공제는 빼는 것 아닌가? 소득을 공제한다는 것부터가 외계어 수준. 멘붕~~~~. 그래도 참고 보자!보자! 꾹 참고 읽고 보니, 연말정산은 1년 동안 내가 낸 세금의 성적표. 소득공제란 수입 중에서 법으로 정한 특정 항목에 대해서는 소득으로 치지 않겠다는 국가의 약속이란다. 소득으로 치지 않으면 그만큼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이 적어지기 때문에 빼준다는 의미로 소득공제라고 하는 것이란다. 휴. 이제야 이해했네.
아 그러니깐, 소득공제되는 게 많으면 많을 수록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이 그만큼 적어지니 세금도 줄어드는 거구만. 어려운 건 됐고, 그럼 소득공제는 무조건 클수록 좋은 것. 세액공제는 정해진 금액이 내야할 세금에서 빠지는 것이니깐 내가 얼마를 벌어들이건 세액공제 금액만큼 내야 할 세금에서 빼면 되는 거네. 그래도 어렵긴 어렵다, 소득공제건, 세액공제건, ‘대대(大大)익선’ 일단 클수록 좋은 거구나. 우선 요렇게 정리하고 넘어가자.
서경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는 신용카드. 신용카드도 잘 쓰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데. 난 신용카드를 그렇게나 많이 긁어대는데 혜택은 쥐꼬리지?
‘재테크의 달인’인 옆 부서 이 대리한테 들으니 신용카드는 무조건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커트라인을 맞추는 게 포인트란다.(아하~~) 연말 정산할 때 카드공제 커트라인은 총 급여의 25%. 서경씨는 올 들어 연봉 6,000만원의 25%인 1,500만원을 이미 신용카드로 썼다. 따라서 연말까지는 신용카드를 살포시 넣어두고 오직 체크카드만 꺼내기로 했다. 보통 카드사 혜택이 전월 사용 30만원 이상이면 되니깐, 1,500만원이면 카드사 혜택 챙기기에도 차고도 넘친다.
왜 1,500만원이 넘으면 신용카드를 넣어야 할까. 신용카드 사용은 소득공제 대상인데 신용카드는 초과분의 15% 공제,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은 초과분의 30%. ‘뭐 어렵지만 체크카드가 신용카드 공제의 2배라니, 커트라인까지만 쓰고 공제액이 큰 체크카드나 현금으로 넘어가는 게 더 이득이다(요건 덧셈, 뺄셈만 할 줄 알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해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로 쓰는 금액이 대략 2,000만원 된다고 치자. 2,000만원 소비로 연말소득에서 웃을 수 있는 최상의 ‘황금 조합’은 무엇일까. 연봉의 25%인 1,500만원은 신용카드로! 1,400만원을 쓰면 혜택은 없다. 서경씨가 1,500만원 초과분인 500만원에 대해 이 중 100만원은 신용카드, 나머지 400만원은 체크카드를 썼다면 6,000만원-((400만원*0.3)+(100만원*0.15))만큼 과세 대상 소득이 적어진다는 계산이 똑! 떨어진다.
참자~참자~ 참자~ 샤넬백이 사고 싶어도, 호텔 뷔페에 가고 싶어도 참자~
그러니 잘 맞춰서 1,500만원을 신용카드로 써야 한다. 나머지 500만원은 체크카드로 돌려라, 그래야 소득공제 금액이 커져 그만큼 세금이 줄어든다.
여기서 또 하나, 신용카드 청구액이 곧 신용카드 사용액이란 생각은 금물. 내가 쓴 금액인데 왜 다른 거냐고? 요즘은 신용카드로 각종 관리비나 등록금 등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금액은 청구액에는 포함되지만 연말정산시 신용카드 이용액으론 빠진다.
빠지는 항목을 잘 체크해 두자.(왜냐면 난 ‘꼼꼼한 서경씨’니까~~)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같은 각종 보험료, 자동차보험도 당연히 빠지는 항목 1순위다. 등록금 같은 국가기관 교육비, 전기·가스·수도·시청료 등 제세공과금, TV수신료, 상품권 구입 비용, 취득세, 자동차 구입, 각종 리스. 아이코~~ 빠지는 게 많기도 하군. ㅠㅠ
아까 대중교통 이용요금과 전통시장은 신용카드서 빼진다고 했는데, 이건 어떻게 되지. 이 역시 공제율은 체크카드와 같은 30%. 이들 합 곱하기 0.3과 100만원을 비교해서 적은 걸로 인정받는단다. 교통비와 전통시장 이용분이 그냥 쉽게 100만원이라고 치면 30%만큼 총급여에서 공제해 주니 세금을 매기는 과세대상이 요만큼 적어지게 된다.
이때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이 서경씨 머리를 스친다. 그나마 좀 착하게 살아볼 거라고 올 초부터 시작한 기부. 매달 5만원씩 넣으니까 1년이면 60만원이나 되는데... “기부야~ 너도 혹시 나의 세금에 좀 보탬이 되겠니?” 착한 기부가 착하게 대답한다. “그럼그럼~” 기부는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 기부액이 2,000만원 이하면(흑, 당연히). 기부액의 15%만큼을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니깐 60만원의 15%면 9만원, 서경씨가 내야 할 세금총액이 나오면 거기서 9만원 만큼 빼주는 셈이다.(앗싸!!)
서경씨 머리 핑핑 돈다. 딱 2가지만 외우자. 연봉 곱하기 0.25만큼은 무조건 신용카드 쓰기. 넘으면 무조건 체크카드로 돌려~돌려~. 대중교통에도 신용카드 열심히 들이대기. 그리고 기부영수증도 챙기는 센스! “서경씨는, 센스쟁이~~”
아, 연말정산 뽀개기로 연금저축까지 단번에 하려고 했는데 머리 터진다. 무리다. 이미 과부하. 연금저축과 이것만 알면 연말정산 꿀팁이 많지만 이건 다음 기회에. 오늘은 이 정도 머리 썼으니 이제 투샷 별다방 아메리카노 한잔 쭉 들이켜야겠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