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오른쪽 두 번째)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중진 의원들의 발언을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경환, 정갑윤, 이주영, 이정현, 조원진 의원.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수습 방안에 대한 견해와 각자의 정치적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며 이미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에 돌입한 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가 16일에도 제각각 회의체를 띄우며 지리멸렬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옹호’에만 매몰된 친박계와 분당을 감행할 용기는 없이 으름장만 놓는 비박계가 맞부딪히면서 여권의 계파 내홍이 쳇바퀴만 돌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를 주재했다.
당내 4선(選) 이상 중진은 46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원유철·이주영·정갑윤(5선), 정우택·조경태·최경환·홍문종(4선) 등 7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들 친박 중진을 제외한 비주류 의원들은 일제히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는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펼쳐지기는커녕 오로지 친박계로 구성된 현 지도부와 청와대를 옹호하는 발언들로만 채워졌다.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경환 의원은 “지도부가 아무 대안 없이 그냥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비주류 측에서) 비대위 구성 주장을 하지만 비대위도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것이지 마르고 닳도록 계속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빨리 거국내각 총리를 추천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 모두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탄핵, 2선 후퇴 주장 등에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드러내며 청와대와 보조를 맞춘 셈이다.
이정현 대표는 또 이날 간담회 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3김(金) 정치에 완전히 오염된 사람들이 그분들의 행태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쇄신과 개혁을 얘기하는 한 도로 3김 정치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3김 정치의 전형적인 정치행태와 사고와 목표에 익숙해 있고 핏속까지 그 행태가 흐르는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한 김무성 전 대표의 이력을 거론한 뒤 사실상 김무성 전 대표를 구시대의 인물로 치부하며 독설을 쏟아낸 셈이다.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비주류 주도의 비상시국준비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새누리당의 계파 내홍이 진흙탕 싸움 양상마저 보이면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비주류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오후 첫 대표자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새누리당 대표 뒤에 숨어 있는 ‘진박’은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이 상태로 뭉개고 간다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상시국위원회 공동대표단인 유승민 의원은 “당 지도부가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것은 하루하루 당을 망가뜨리는 일”이라며 “당 지도부가 대통령에게 맹종하는 것을 보고 당에 한 번이라도 충성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새누리당은 흔적도 없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지도부는 아직도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며 “(대통령이) 변호인을 선임하고 나서 검찰 조사를 차일피일 연기하는 것은 국민 분노만 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다”라며 “이정현 대표는 비서 역할을 그만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