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들에게 특별한 짝을 찾아주는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국내 최초로 거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한 운영자가 동물 단체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 “자고 나면 생기는 커피숍처럼 전국 각지에 거리입양 캠페인을 확산하고 싶다”는 그. 그는 왜 유기동물들과 차가운 거리로 나왔을까.
사단법인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58)씨. /정가람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이하 고유거)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58)입니다. 35년째 국방부에 근무하는 평범한 공무원이기도 하고요. 저와 한병진(57) 작은친구동물병원 원장(경기도수의사회 동물복지분과위원장)이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기견 보호소 관리업무는 권영진(52)씨가 맡고 있어요. 사실 다른 동물 단체처럼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대신 커뮤니티 회원이나 시민들의 참여가 큰 공헌을 하고 있죠. 자원 봉사자들도 항상 자발적 으로 시간에 맞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어서 사실 100%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고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10명. 그 친구들도 직접 카페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죠.유기견은 보통 보호소에 입소하면 약 10일 정도 머무른 후 안락사를 당하죠. 보통 노견이나 대형견이 많지만 간혹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도 있어요. 빛을 본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새끼들도 똑같이 10일이 지나면 안락사해야 하니까 그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십시일반 회원들이 후원금을 모아 지난 달에 고유거 유기견 쉼터를 오픈했어요. 저희 쉼터에 오는 유기견들은 안락사 기간없이 평생 살 수 있도록.
흔히 일반인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스럽다”라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오히려 저는 SNS나 메신저에도 티를 안내려고 하죠. 특히 “유기동물을 키워야돼!”라는 강압적인 접근 방식 대신 자연스럽게 “나도 예전에 강아지를 무서워했었는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왜 유기 동물을 입양해야 하는지 설명하거든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다가가니까 거부감이 덜하더라고요.
강아지 농장에서 구출돼 올해 초 입양된 유기견 모습/사진=고유거 제공
주로 입양을 많이 하는 분들은 평균 40대 후반~50대 여성 분들이 많아요. 그 나이면 사실 자녀들이 다 성인이 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까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캠페인을 진행하면 일평균 5 마리에서 많으면 20마리까지 입양이 되죠. 후원금은 크게 캠페인 당일 거리 후원과 정기 후원이 있어요. 거리입양 캠페인이 열리는 날에 모이는 후원금은 평균 40만원정도. 그 외 정기적 후원금의 경우는 약 100만원정도죠. 사실 영업이익을 위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매출은 제로라고 생각해요. 보호소를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니까 교통비, 캠페인 물품 등 일일이 따지면 사비를 더 많이 쓰니까 오히려 마이너스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해서 자원봉사자들은 ‘환원’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과거에 비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팻팸족도 늘어났고, 관련된 산업도 한창 성장하고 있죠. 하지만 돈이 된다는 인식이 커지다 보니까 일명 퍼피밀(puppy mill 대규모 상업을 위한 농장)이라 불리는 강아지공장, 팻샵들도 확산되는 문제도 있죠. 예전에 한 동물 프로그램에서 강아지 공장에 대해서 보도되면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었잖아요. 산업적인 측면으로써 반려동물이 각광받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겠죠.
매주 토요일 고양시 내 총 4곳에서 고유거 캠페인이 시행되며, 일평균 약 10마리의 유기견들이 입양된다. 기자가 캠페인에 체험한 당일 입양 가족들 모습. /정가람기자
우선 저희 고유거 네이버 카페에 들어와서 가입한 다음 자원봉사 신청 게시판에 양식에 맞춰 작성해주시면 돼요. 현재 고양시 내에서 총 4군데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정발산역 1번출구(미관광장), 라페스타, 주엽역(그랜드백화점) 광장, 식사동 양일중학교(셋째주 토요일만)예요. 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많은 편이지만 누구든지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환영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우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동물등록 마이크로칩을 심어주세요. 반려동물을 잃어버려도 주인을 식별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이 없어 유기견 보호소에 오는 동물들이 많거든요.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꼭 ‘가족’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가족이라면 아프고 늙었다고 해서 버리지 않잖아요. 책임감 있게 평생 가족으로 생각해주세요.
제 목표는 전국 방방곡곡에 거리입양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에요. 사실 그것보다는 유기견이 많이 줄어들어서 캠페인을 안 해도 되는 게 가장 좋겠지만요. 무엇보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고 하는데 이에 맞춰 제대로 된 동물 복지 보호법이 얼른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 산업이 돈된다고 해서 너도 나도 뛰어드는데 정작 동물들의 삶이 나아지는 안전 울타리가 없는 상태잖아요. 좀 더 법이 강화되어서 경각심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난 5월, 지자체 최초로 경기 고양에 위치한 양일중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고유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정가람기자
생각해보면 유기견들 덕분에 꾸준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보호소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미용 자격증도 따게 됐고, 캠페인을 하면서 매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체력을 쌓기 위해서 오히려 더 마라톤 등 운동을 열심히 했죠. 저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도 매주 캠페인을 하면서 늘 ‘힐링’을 받고 있다고 말해요. 반려동물은 늘 제 삶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주는 것 같아요.
사실 제 노후 목표는 교외에 마당 넓은 주택에서 사는 건데, 거기서 마음껏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편하게 노후 생활을 하고 싶어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겠죠?(웃음)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