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계속된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 가치가 8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에 호재지만 안정적인 위안화 통화정책을 펴려는 중국 당국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해외사업 비중이 높거나 해외자산이 많은 중국 기업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인용해 매출의 35%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중국 기술업종 기업들이 위안화 약세로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으며 해외 매출이 15%를 넘는 에너지·산업업종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수출업종은 일시적으로 위안화 약세 덕을 볼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전월보다 457억달러 줄어든 3조1,200억달러를 기록하며 5년래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자 “자본유출의 유령이 중국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면서 “위안화 약세와 맞물려 가속화하는 자본유출이 중국 당국의 경제회복 노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트럼프의 태도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며 아직은 신중한 환율정책 행보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중국 압박에 나선다면 결국 환율시장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가 펼칠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민은행은 통화정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환율시장에서 중국 금융당국이 중립성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킹어 라우 골드만삭스 중국시장 투자전략가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위안화 가치는 내년 말까지 6%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우려까지 현실화하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가의 화폐가치는 물론 글로벌 시장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6일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달러당 위안화 값을 6.8592위안으로 고시해 전거래일보다 0.14% 절하했다. 이날까지 9일 연속 하락한 위안화 가치는 2008년 8월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