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진제 불만이 산업용으로 불똥이 튀면서 산업용이 싸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과연 사실일까.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을 급격히 인상해왔고 이제는 적정 수준을 넘어서 오히려 산업용이 타 용도를 보조해주고 있다. 한전의 분기 4조원대 영업이익은 산업용 판매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산업용이 싸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일까. 전기요금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까지 전기요금을 조정할 때마다 보도자료에서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해왔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비공개로 전환했는데 이번 개편에서는 원가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니 그동안의 산업용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주택용 누진제 개편 외에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요금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주택용 누진제와 비슷한 전력수요 관리 수단으로 산업용·일반용·교육용에는 계절과 시간대별로 차등요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6월과 11월에는 전력수요가 많지 않음에도 높은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마치 여행사에서 성수기가 아닌데 성수기 요금 적용하는 것과 같아 전력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6월과 11월에는 기존의 비싼 여름철·겨울철 요금제에서 봄가을철 요금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토요일에도 평일보다 전력수요가 낮은데 평일과 같은 중간부하 요금을 적용하고 있어 문제다. 일요일과 같이 경부하요금제(제일 싼 요금제)로 변경돼야 한다. 기본요금 부과 방식도 15분 단위 최대 전력수요량을 기준으로 1년간 적용하는 기존 방식이 지나치게 징벌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력 사용량은 낮은데도 높은 기본요금을 1년간은 꼼짝없이 부담해야 한다고 공장도 학교도 불만이다.
또 전기요금에 일률적으로 3.7%씩 강제 부과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을 인하해 국민 부담을 낮춰야 한다. 그동안 국회에서도 과도한 여유자금 규모를 지적한 만큼 사업비 수준으로의 요율 인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 미국 대선 결과 등의 대외변수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경제활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술환경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