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고등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이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박우인기자
2017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고등학교(서울특별시교육청 제18 시험지구 제20 시험장) 정문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과 이들을 응원 나온 후배들, 학부모들이 한 데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후배들은 ‘선배님! 수능 대박나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수험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선배님! 힘내세요”라는 구호를 외쳤다. 수험생들은 후배들이 나눠준 초콜릿과 사탕, 핫팩을 손에 움켜쥔 채 빠른 걸음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박근혜·최순실’ 패러디 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졌던 것과 달리 이날 고사장에는 선배들을 응원하는 문구만 가득했다. 선배들을 응원 온 반포고 2학년 김진욱(18)군은 “최순실 관련해 패러디 물을 제작하자고 건의했는데 소수의견이라 묻혔다”며 “친구들이 수능시험장까지 정치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수험생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험생 한동훈(21)씨는 “삼수생인데 정유라 뉴스를 보고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며 “나는 가고 싶은 대학을 위해 세 번째 시험을 보고 있는데, 정유라는 부모 잘 만나서 쉽게 대학가는 거 보고 많은 허탈감을 느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인 압구정고 박대서(19)군은 “지금 언론에서 정유라의 잘못된 행동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어 아직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능이 끝나면 집회에 참여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신경 쓰지 않고 수능에만 전념하는 수험생도 많았다. 심홍섭(19)군은 “수능 준비하느라 뉴스를 최대한 안보고 시험 공부만 해왔다”고 말했고, 서울 국악고 이은진(19)양은 “수능시험을 코 앞에 두고 있어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