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기전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풍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줄 거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전국 곳곳의 시험장에서는 예년과 달리 다양한 세태 풍자 응원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재수 없다 엿 먹어라’ ‘열공한 당신 수능 대박’과 같은 고전적 표현도 많았지만 국정농단으로 물의를 빚은 최순실씨 모녀와 최근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등을 빗댄 문구까지 나왔다. 특히 전북 전주 기전여고 학생들의 ‘2016 헬게이트 시험’이라는 풍자 피켓이 이날 내내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사 영역으로 표기된 피켓에는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사진을 놓고 ‘다음 두 인물은 어떤 학파 출신인가?’라고 물은 뒤 ‘①차움학파 ②새누리공법학파 ③그네학파 ④떡검학파 ⑤프라다승마학파’라는 보기를 줘 웃음을 자아냈다. 영어영역 피켓에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 사진을 두고 ‘Who is she?(그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①Siri(시리) ②Siho(시호) ③Yura(유라) ④Gil La Im(길라임) ⑤Donald Trump(도널드 트럼프)’라는 보기를 제시했다.
서울 서문여고 학생들은 박 대통령의 사과 담화문을 풍자해 ‘이러려고 대박 났나. 만족감 들어’라는 피켓을 들고 응원전을 펼쳤다. 특혜입학 의혹의 정유라씨가 졸업한 청담고에서 시험을 보는 삼수생 한모(21)씨는 “가고 싶은 대학을 위해 세 번째 시험을 보는데 정유라는 부모 잘 만나서 쉽게 대학 가는 것을 보고 허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실감을 느낀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조 섞인 푸념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상당수는 “아들이 개의치 않고 시험을 잘 봤으면 한다(김선주씨·44)”는 바람과 “정유라는 부럽지 않고 관심도 없으며 나는 떳떳하게 대학에 가겠다(정현희·19)”고 당찬 포부를 밝힌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 명지고에서 수능을 치른 최고령 수험생인 정숙자(77)씨가 주목을 받았고 대구의 한 수험생은 입실시간에 늦어 구급차를 타고 고사장에 들어가는 등 크고 작은 해프닝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시험은 마무리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수험생을 시험장까지 태워주는 등 1,380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건팀·전국팀 권대경기자 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