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KB發 도미노 덩치경쟁...5년 전 데자뷔

1주일새 삼성·한투·메리츠
잇따라 자본확충 나섰지만
"외형보다 IB육성안 중요" 지적

통합 미래에셋대우(006800)와 KB증권의 출범이 임박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등 대형증권사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기자본 확대의 1라운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초대형 IB 최소기준인 4조원에 도달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증권(016360)이 지난 11일 자사주 10.94%(2,900억원)를 삼성생명에 전량 매도하며 자기자본을 3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15일 한국금융지주(071050)가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자본 확충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16일에는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이 메리츠캐피탈을 인수해 자기자본을 2조2,07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일주일 사이에 대형증권사 3곳이 잇따라 자금을 조달하면서 도미노식 유상증자가 실행된 2011년의 데자뷔가 일어나는 모습이다.

8월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발표한 시기만 해도 자금확충에 소극적이었던 증권사들이 연말 메가 증권사 탄생이 현실화하자 바짝 긴장하며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11년에도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대형 IB 사업 진출 최소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시켜야 했지만 연말이 다 돼서야 대우증권(미래에셋대우)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현대증권·삼성증권이 차례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이들 5대 증권사는 모두 3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에도 2011년과 마찬가지로 도미노식 자금조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037620)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2011년과 마찬가지로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회사채나 CP 등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해 4조원에 도달할 것”이라며 “삼성증권도 초대형 IB 기준 4조원이 임박한 상황에서 어음발행 업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노릴 것”으로 봤다.

일각에서는 기업 금융 등 IB 육성방안 없이 자본확충을 서두르는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헤지펀드 등에 신용공여를 할 수 있는 5대 대형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자기자본 3조원)의 한 해 신용공여 규모는 고작 1,000억원가량에 그친다. 이는 대형 증권사가 확충한 자본금 3조5,000억원의 2.8%에 불과하다. 정작 늘린 자본으로 안전한 채권투자만 골몰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 전처럼 경쟁사 눈치 보기 식의 도미노 식 자본확충을 할 경우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IB 발전 청사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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