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받은 연락처는 서울청 교통안전과 교순대 부대장 이형우님의 유선전화 번호. 수화기를 들고 하마터면 “교 부대장님 바꿔주세요”라고 말할 뻔했다능(…) 교순대는 다름 아닌 ‘교통순찰대’의 줄임말이었습니다. 싸이카를 타는 경찰들이 소속된 조직이죠. 교순대는 바로 경찰박물관 뒷편을 본부(?)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러 갔건만, 인터뷰 내내 저는 “네?!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세효ㅠㅠ”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그들만의 용어가 상당히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보통 우리는 싸이카라고 교순대를 칭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작 교순대원들은 자신들의 모터사이클을 ‘둘마’라고 부른다네요. 바퀴가 두 개 달렸다 해서 ‘둘’, 그리고 ‘마’는 아무래도 말 마(馬)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같은 경찰끼리, 무전기로 대화할 때 쓰는 내부 용어랍니다.
‘싸이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경찰 ‘사이드카’.
사실 싸이카가 교통순찰대 사이드카에서 유래한 말이란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현재 교통순찰대가 사이드카를 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교순대 창설 초기엔 의전행사에 쓰여서 사이드카->싸이카(=교순대)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각 바이크에는 번호가 붙어있습니다. 번호가 작을수록 직급이 높은 분이라 합니다.
이날 인터뷰 대상은 교순대의 여성 경찰이신 김수진 경사님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포스가 넘치는 분이십니다. 현재 서울 교순대에 여경은 단 두 분뿐이시라네요.
비가 오는 바람에 교순대 주차장이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멋져요!!
김 경사님은 대학교 시절부터 모터사이클에 관심이 많으셨다네요. 지인 바이크 탠덤으로 시작해 결국 2005년 2종소형 면허를 취득하고 2006년 경찰 생활을 시작하셨답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교순대에 2011년 자원하셨죠. 최고 10:1(그때그때 다르긴 하답니다)의 경쟁률을 뚫고 교순대원이 됩니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호넷600, CBR250 등 여러 바이크를 거쳤고 실력도 어지간한 라이더(남녀노소 불문!) 뺨치는 수준이었지만, 한 달 간의 지옥훈련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 달 동안 교육을 받아요. 싸이카와 똑같은 기종(BMW R1200RT)을 밀고 끌고 일으켜 세우고 원돌기에 8자 돌기까지…. 남녀 똑같은 교육이구요. 너무 힘들었어요.”(근데 얼굴은 별로 안 힘들었단 표정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하루짜리 대림모터스쿨이나 BMW모토라드 라이딩스쿨도 엄청 힘듭니다. 그런데 그런 교육이 무려 한 달동안 쭉! 언빌리버블!!!!
그런 훈련을 BMW R1200RT로 통과한 김 경사님은 천하무적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제 울프클래식을 세 대쯤 합쳐놓은 듯한 싸이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걸까요? 정말 가뿐하게 자신의 싸이카를 데려와 포즈를 취하시더군요. 다만 “시트고가 800㎜로 살짝 높기 때문에 깔창의 도움을 받는다”고 귀띔하십니다.
경찰을 보면 왠지 도망가고 싶어집니다...음?!
교순대의 1순위 업무는 기동경호. 대통령이나 해외 정상, 귀빈들의 차량을 경호하면서 길을 뚫는 역할을 합니다. 바이크를 타면서 각종 수신호로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때로는 볼멘 소리를 듣기도 한다네요. 해외 정상의 일정을 이틀이든 사흘이든 쉼없이 따라붙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땐 초긴장 태세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끝나고 나서야 녹초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고 합니다. 대신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네요.
“해외 국빈들을 위해 분 단위로 일정에 맞춰야 하다 보니 시민들의 차를 막거나 추월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과속, 급출발, 급제동도 하죠. 다소 거칠어 보이는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같구요. 요즘에는 잘 협조해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인터뷰에 동석한 최보민 경위님(교순대 최고참·경력 16년)의 설명입니다.
의전 업무가 없는 평상시엔 교통관리업무를 합니다. 김 경사가 허리에 찬 보조가방에는 교통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는 조그만 기기가 들어있습니다. 착한 운전자라면 전혀 무서워할 필요가 없지만 왠지 본능적으로 무서운 그것!ㄷㄷㄷ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교순대의 고충은 적지 않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교순대엔 무릎에 철심 안 박은 사람 없다고도 하죠.” 김 경사님이 농담처럼 한 말씀이지만 정말 부상이 흔합니다. 다른 부서로 옮기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배우자의 엄포에 교순대를 포기하신 분들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이밖에도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도 살벌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한달 간의 지옥훈련은 안양천 인근의 운동장을 빌려서 진행하는데, 좀 더 제대로 된 부지와 교육시설을 갖추면 좋지 않을까요? 정부가 예산을 좀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한 번 싸이카에 앉아봤습니다. 싸이카를 저같은 아무 사람이나 타봐도 되나 싶어서 조심스레 여쭤봤는데 이형우 부대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경찰 위에 시민 있는 거 아닙니까? 사진도 얼마든지 찍으세요.”라는 쿨한 멘트와 함께요. 참고로 헬멧은 HJC에서 교순대 전용으로 특별 납품하는 카본 헬멧이라고 합니다. 아주 가볍다능….
어울린다고 해줍시다
싸이카에는 이렇게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기 위한 스피커가 설치돼 있습니다. 손떨림 죄송합니다
물론 무전기도 있죠. 교순대 주차장의 풍경입니다. 2개 층으로 나눠진 주차장에 대원들이 출퇴근할 때 타고 다니신다는 자가 바이크(‘사제 바이크’라고도)와 싸이카가 잔뜩 주차돼 있습니다. 김 경사님 왈, “주차장이 거의 퇴계로 바이크거리 같죠?”
라이더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바이크는 두 바퀴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초보자들은 무게를 지탱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횡단 보도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도 ‘어어어~’하는 사이 넘어지죠. 그런데 가끔은 숙련자도 넘어집니다. 제꿍하면 다치거나 말거나, 그보다는 주위의 시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순식간에 200㎏, 250㎏짜리 바이크를 일으켜 현장을 탈출하게 됩니다.
교순대원들도 예외는 아니시라네요. 물론 한 3년에 한 번쯤, 뭐 이런 식으로 빈도가 현저히 낮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김 경사님은 “최대한 근엄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척 순식간에 일어나 재출발합니다”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역시 라이더는 모두 한마음입니다!!!(?!)
‘엄근진’한 줄만 알았던 교순대 분들과의 만남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경찰이시지만 동시에 피끓는 라이더들이거든요. 앞으로도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을 받아 부상 없이, 단 한 차례의 제꿍도 없이 멋지게 임무를 수행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