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 1조 1·2항)
피켓에 적힌 헌법 조문이 촛불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목도한 국민들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권력이 대통령을 앞세워 나라를 뒤흔든 것에 분노하며 대통령에게 위임한 주권을 소환하고자 ‘퇴진’과 ‘하야’를 주장했다. 지난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10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까닭이다.
이같은 민심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도 ‘헌법’으로 맞서고 있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일한 헌법을 두고 그 해석과 적용은 극과 극이다. 그래서 ‘지금 다시, 헌법’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이 출간됐다. 참여연대 창립멤버이자 인권변호사인 차병직 변호사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윤재왕 교수, 비영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가 머리를 맞댔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물로 그해 10월29일 개정 공포된 우리 헌법은 전문과 부칙을 제외하고 130개의 조문으로 이뤄져 있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에는 20개나 되는 조항이 뒤따른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제78조)해야 하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제82조)고 명시돼 있다. 동시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제84조)고 적혀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제 11조 1항)는 조항은 특정인의 대학 특례입학에 문제제기를 가능하게 했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제21조 1·2항)는 조항은 100만 시민이 한목소리를 내는 힘이 됐다. 이처럼 한글로 된 헌법 조문은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 접속하면 누구나 볼 수 있고 정독하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헌법의 행간에 담긴 “사회적 정의와 가치까지 읽어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인이 헌법을 정독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돌이켜 보건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헌법을 되뇌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헌법 제1조를 포함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34조 6항이 자주 언급됐다. 책은 이에 대해 “예측 가능한 재난을 제대로 예방하지 못했다면 그때는 국가에게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면서 “그 사고에서 국가의 재난 관리 체계가 보여준 허망함은…헌법의 이 조항이 유명무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참상”이라고 적고 있다.
한편 저자들은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견해도 밝히고 있다. 정치권의 ‘개헌’ 요구는 5년 단임제의 대통령에게 부여된 제왕적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을 주로 거론하지만 책은 “시민의 입장에서는 기본권 확장을 다음 개헌의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은 진정 행복하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법 조항을 운운해야 하는 우리네 현실이, 우리 처지가 안쓰럽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