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꺼지지 않는 촛불..."매주 주말 광화문 가겠다"

국정복귀 움직임에 분노 더 쌓여
지방 중소도시까지 거리행진 확산
朴 고향 대구엔 1만5,000명 몰려
대통령 퇴진 목소리 갈수록 커져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요? 오늘 한번 보세요. 과연 그런가. 촛불은 바람이 불면 오히려 옮겨붙습니다.”

지난 19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목이 터져라 연신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직장인 박기수(35·가명)씨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고 한 말에 한 대답이다.

그는 “박 대통령은 지금처럼 버티면 어떻게든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국민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TV로만 집회를 지켜봤지만 앞으로 매주 주말 광화문에 나오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주말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사실 시위력을 한군데 몰아서 진행하는 ‘집중시위’가 아니었다. 지난 12일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를 한 만큼 지난주는 ‘숨 고르기’를 한 후 이번 주말에 다시 동력을 집중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에는 숨 고르기가 없었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집회 열기가 번졌다. 전체 참가인원도 95만명으로 지난 12일 100만명에 버금갔다. 시간이 지나면 기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던 쪽은 이날 자발적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과 다르게 오히려 국정복귀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이 계속 버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며 “친박 단체들이 대통령 보호 집회를 열었는데 이것도 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는 이날 서울역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80여개 보수단체에서 주최 측 추산 7만명, 경찰 추산 1만1,000명이 모였다.

1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위한 ‘광주시민 10만 시국촛불’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를 중심으로 지난 80년 5월의 횃불성회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대통령이 지난 2차 대국민 사과 때 “조사를 받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고 조사를 미룬 것도 기름을 끼얹었다. 실제 이날 집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구호와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피켓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자녀와 함께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김모씨는 “지금 상황에서 다시 국정에 복귀하려고 하는 박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다”면서 “지금이라도 공범이 아닌 주범으로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주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후 앞으로 3주간 대학별 고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교육 농단’ 의혹이 연이어 사실로 밝혀진 것도 민심을 자극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정씨가 고교 3학년 때 출석 일수가 17일에 불과해 졸업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8일에는 교육부가 이화여대 교수들이 조직적으로 정씨의 부정 입학과 학사관리를 도왔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하야 전국 청소년 비상행동’은 이날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시국대회를 열어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던 대한민국 교육제도가 비선실세 앞에서는 어떻게 작용했느냐”며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고3 수험생 박모군이 “지켜야 할 민주주의를 앞장서서 짓밟은 대통령의 하야는 당연한 것”이라며 “고등학생도 아는 것을 모르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민형·양사록·박우인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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