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훔쳐보기] 文 또 '명예로운 퇴진' 발언 왜

2009년 盧 장례식서
MB에게도 고개숙인 文
복잡한 심경 반영 분석

문재인(오른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1일 오후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에서 열린 ‘대구지역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국대화’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반사이익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정치적 해법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고 이재명 성남시장 등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하야·탄핵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하야·퇴진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늦게 정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 성남시장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고 퇴진을 선언한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게 협력하겠다”고 말해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문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논란에 “즉각 퇴진 의사를 밝힌다면 최소한의 명예는 지킬 수 있는 퇴진이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였다”며 “끝까지 버티다 탄핵을 당하면 최소한의 명예도 지키지 못하고 즉각 퇴진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국민들과 정치권도 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문 전 대표는 21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고 돕는 것이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해야 할 하나의 예우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하더라도 감옥에 안 보내겠다는 뜻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대통령도 퇴임 후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퇴임 이후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지만 퇴임 이후 정치권에서 노골적인 비판은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MBC 화면 캡쳐
국민의당 등 야권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소위 표가 떨어지는 발언이고 자신을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서 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7년 전을 보라”고 말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문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왔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며 “문 전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정치권의 무차별적 공세를 받고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을 지켜본 사람”이라며 “문 전 대표가 최소한의 명예를 언급한 것도 그런 복합적인 심정이 반영되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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