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CEP 이어 FTAAP까지 亞 경제맹주 노리는 중국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들이 2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폐막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신고립주의에 맞서 역내 자유무역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눈여겨볼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황교안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태 지역 국가들이 FTAAP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사망선고가 내려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FTAAP는 중국 주도로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등 21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을 제외한 협정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전 세계 GDP의 40%를 웃돌고 교역 비중도 50%에 달한다. 중국이 인도 등 16개국과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구축되고 여기에 FTAAP까지 가세한다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외한 전 세계 주요 국가 대부분이 중국 주도의 무역질서에 참여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반면 미국의 TPP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폐기될 전망이다. 아태 경제 주도권을 되찾고 중국을 견제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고 참여국들의 ‘FTAAP 갈아타기’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미국 중심으로 짜이는 듯 보였던 이 지역의 무역질서가 급속히 중국으로 기울게 됐다.

TPP 위축과 FTAAP의 부상은 국제통상질서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우리로서는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무역규범에 적응하는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하지만 TPP도 트럼프 통상정책의 전개에 따라 향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의 지적대로 TPP, 한중일 FTA, RCEP 등 뭐가 됐든 FTA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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