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내각·4대 권력기관장 인선까지...'최순실 OK 사인' 받았다

유출문건 47건 보니...
조직·인사 관련 10여건 달해
정호성 "崔의견 확인 지시" 진술
휴대폰 파일에도 내용 담겨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 정부 인선이 사실상 최순실씨의 확인 절차를 받은 후 이뤄졌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21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대통령이 주요 인선안을 최씨에게 유출한 것은 물론 실제 인선의 적절성까지 확인받은 후 인사를 발표했던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20일 공소장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유출했다고 파악한 문건 수는 47건이다. 이 가운에 정부 조직 개편 및 인사와 관련한 문건은 10여건에 이른다. 여기에는 정부 조직도는 물론 국무총리, 행정 각부 장관 후보 안에 국정원장·검찰총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을 망라한다. 모두 박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3년 2월에서 4월 사이 몰려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이권에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오후 횡령과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청와대가 남재준 국정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을 밝힌 2013년 3월2일보다 하루 앞선 3월1일 국정원장·총리실장·금융위원장 인선안을 받아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13일에는 검찰총장 등 기관장 25명 인선안이 최씨에게 전달됐고 정부는 이틀 뒤인 15일 채동욱 검찰총장, 김덕중 국세청장, 이성한 경찰청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발표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 취임 초기 정부 구성은 최씨가 오케이 사인을 내린 후 이뤄진 셈이다.

정호성 전 비서관도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최 선생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이 지난달 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의 녹취 파일에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핵심인 내각 인사까지 최씨에게 전달한 배경을 두고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오랜 기간 최씨와 알고 지낸 만큼 중요한 부분에서 의견을 듣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거나 청와대 입성 초기라는 시기적 특성으로 내부 인사검증 시스템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최씨가 고 최태민 목사의 종교적 능력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씨의 역술적 측면을 신뢰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정황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정부 요직 인선안까지 최씨에게 넘긴 것으로 검찰이 파악한 만큼 표현 등에만 이바지했다는 박 대통령의 설명은 맞지 않게 됐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후에는 그만뒀다”는 박 대통령의 해명도 유출이 최근 4월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치하지 않는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