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도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지난 1939년 독일은 영국을 위시한 자유세계의 패권에 도전해 인류역사상 최대 비극인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집단최면에 걸린 듯 히틀러 파시즘에 매료된 독일인들은 이웃국가를 무차별적으로 침략했고 인종학살을 자행했다. 그로부터 77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극우의 최극단인 파시즘과 맞섰던 미국과 영국·프랑스는 자유세계의 리더십을 상실했다. 미국은 극우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정권을 잡았고 영국은 브렉시트라는 고립의 길을 걷고 있으며 프랑스는 극우세력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은 이제 미국·영국·프랑스를 대신할 자유세계의 지도국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11년간 독일을 이끌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일 4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손상을 입었고 유로화는 위기에 처했으며 난민 문제는 시험대에 서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이런 문제들을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이 연임도전의 걸림돌이었으나 나는 여전히 깨어 있고 많은 아이디어로 가득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년 9월 치러지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메르켈 총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행정수반으로는 최고참이 된다. 리더십 공백에 처한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메르켈의 연임을 간절하게 바라는 이유다. 저명한 역사학자 티머시 가턴 애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말은 미국 대통령에게 사용되지만 이제는 메르켈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메르켈은 트럼프 당선 이후 자신이 자유세계의 수호자로 묘사되는 데 대해 “괴상하고 불합리하다”면서도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사회의 통합과 증오심 차단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면서 민주주의, 자유, 출신국·피부색·종교·성적 성향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을 강조했다.
메르켈에 대한 독일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다. 이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때 40%대에 머물렀던 메르켈의 4연임 도전에 대한 찬성률은 55%로 치솟았다. 반대는 39%에 그쳤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