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대형은행을 겨냥한 새로운 규제를 23일(현지시간) 공개한다. 이는 지난 2014년 미국이 도입한 중간지주회사(IHC) 규정의 지역과 적용 대상을 맞바꾼 일종의 보복성 규제이며 금융산업을 사이에 둔 EU와 미국 간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곳 이상의 지점을 보유한 외국계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규제 패키지를 23일 공개할 계획이다. 패키지에는 대형은행들의 위기시 손실흡수능력(TLAC)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에 추가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EU는 새로운 개정안의 규제 대상이 유럽계 대형은행 13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FT는 초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국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GSIB)’ 등급으로 분류돼 있거나 총자본금이 300억유로 이상인 외국계 은행들도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규제가 골드만삭스·JP모건 등 EU에 진출한 미 대형 투자은행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U는 미국이 IHC 규정을 도입할 당시 이를 ‘보호주의’라고 비판하며 유럽계 은행 차별에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양측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감독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자본규제 강화 움직임에 EU가 반기를 드는 등 금융규제를 두고 곳곳에서 부딪히고 있다.

한편 FT는 이번 규제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를 결정한 영국의 금융 중심지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탈퇴 절차가 끝나면 영국에 본사를 둔 은행들도 외국계 회사로 분류되면서 EU 역내에 별도 지주회사를 둬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