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무회의 의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2일 국무회의 통과시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관한 논란이 거세다.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2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이 통과돼 사실상 정부심의 절차가 끝난 셈이다.
정부심의 절차가 끝나면 해당 협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오는 2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와 서명하면 끝이 난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40분경 재가를 마쳐 협정은 통과를 임박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1차 통과부터 3차 가결안 통과, 22일 국무회의 통과까지 속전속결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행동에 여론은 ‘독재’와 다름없다며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30분 이상 공방을 펼치며 협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민이 반대하지만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박 시장은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일부 국민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다수가 반대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북핵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란 대답에 박 시장은 “지금은 외교든 국방이든 국민 합의와 신뢰가 있어야 정책에 힘이 담긴다. 국무회의에서라도 결의하지 말고 1주일이라도 의견 듣는 절차를 거치라”며 “중대한 주권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은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현직 대통령이 과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같은 국가 안보, 국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추진할 자격과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국정농단 범죄의 몸통이 이런 중대 사안을 좌지우지할 권리는 없다”고 언급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굴욕적 매국 협상이다. 밀실, 졸속, 굴욕 협정 체결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이 협정을 주도하고 동조한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퇴진을 앞두고 국회와 전혀 협의 없이, 국회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야3당은 일본과의 역사적 정리 없이 이번 협정에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은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비판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는 전일인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4시간 집중행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이어 아베 정권에 군사 대국화의 날개를 달아주게 되는 것”이며 “미국과 일본의 요구만으로 수용하면 이 정권의 실체가 친일매국정권임을 다시금 드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미 민심이 떠난 박근혜 정권이 협정 체결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이는 정권의 완전한 종말을 앞당기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도 협정에 대한 반대 확산이 줄을 이었다. 다음소프트의 소셜메트릭스에 의하면 22일 최고의 핫토픽 키워드는 ‘국무회의’로 관련 트위터가 7만건을 넘어섰다. 참여연대가 올린 “사상 최초로 한국과 일본이 군수 분야 협정을 맺게 되었습니다. 폭주하는 대통령을 반드시 청와대에서 끌어 내려야 합니다”란 게시글은 4,000회 이상 리트윗됐고, 문재인 전 의원이 올린 트윗 “오늘 국무회의가 의결할 것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임건의였습니다. 국무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이 국무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 바로 국민들의 민심을 대변한 것입니다”란 게시글도 3,000회 이상 리트윗됐다.
현재 트위터에서 계속 공유되고 있는 참여연대 게시글 /출처=트위터
정청래 전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고쳐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총리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일본자위대를 국방부로 승격시키는 꼴”이라고 주장하며 협정이 이대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22일 늦은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가했단 소식에 누리꾼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kaas***는 “(박근혜 대통령이)마음이 바뀌는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나라를 판다”고 지적했고, jmh6***는 “장관이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걸 왜 처리해버리나? 일본에 꼬투리 잡힌 것이 있지 않는 한 저렇게 빨리 통과할 리가 없다”고 일갈했다. 아이디 woel***는 “트라우마를 지닌 국민들의 심리를 다독이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일을 진행하면 다란 말인가?”라며 속도 붙은 협정 추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