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영업점에서 현금을 취급하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고 대중교통에서는 아예 현금을 못 쓸 정도다. 정부가 앞장서서 소매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기도 했다. 다른 유럽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덴마크는 올해 말부터 크로네(덴마크 화폐)의 자국 내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벨기에서는 각각 1,000유로·2,500유로·5,000유로가 넘는 물품 구입시 현금을 쓸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현금 사용을 줄이는 주된 이유는 비용 때문. 동전 등 현금은 발행·보관·운반·유통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탈세 등 세수 손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현금사용으로 인한 각종 범죄도 골칫거리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폐를 제외한 동전 발행·폐기에만 매년 500억~600억원이나 드는데도 신용카드 등 디지털 화폐에 밀려 사용은 급감하는 추세다.
이런 시대변화에 맞춰 한국은행이 내년 초부터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중간단계인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범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편의점 1~2곳을 선정해 거스름돈을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성과를 봐서 동전을 많이 쓰는 마트·약국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잔돈을 신용카드에 충전하거나 은행계좌로 이체해주는 방안도 추진할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주머니나 지갑 속 동전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처지인데 아예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